주급보다 많은 실업수당…

한인사업주들 “영업재개 돼도 정상운영 고민”
종업원들 복직 미루고, 고객들도 달라져 우려

임시휴업 중이던 한 이발소가 폐업을 결정하고 가게를 내 놓았다.

코로나19 사태로 비즈니스 영업이 중단된 지 어느덧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격리생활의 피곤함이 누적된 데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대부분의 주정부들은 서둘러 재개(reopening) 계획을 발표하고 단계적 시행에 나서고 있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에서도 DC 인접 카운티를 제외한 전역에서 1단계 활동재개가 시작됐다. 비필수 사업체로 구분되어 문을 닫았던 업체들도 오픈을 준비하며 기대를 보이고 있지만 새로운 환경, 달라진 분위기에서 과연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할지 고민도 적지 않다.

대형TV 설치 전문업체인 미스터 TV 정석구 대표는 “다시 문을 열게 되더라도 과연 예전처럼 손님들이 있을 지 의문”이라며 “업무상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해야하는데 여전히 타인과의 접촉을 우려하는 예민한 상황에서 우리 같은 방문 서비스 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버지니아 비엔나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는 김성예 대표는 “영업재개가 허용돼도 고민”이라며 “아직도 매일 감염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 과연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러 나올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전했다. 메릴랜드에서는 이미 제한적으로 미용실 영업이 재개됐지만 예상보다 손님이 없어 일부 업체는 여전히 문을 닫고 있다.

필수업체들의 경우에도 영업은 가능하지만 매상이 줄어 손해를 보는 사업체가 적지 않다. 식당의 경우 포장/배달 주문만 받을 수 있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규모가 큰 업체일수록 비정상적인 운영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아 하루 속히 실내영업이 가능해지길 기다리고 있다.

반면 캐리아웃 전문업체나 배달회사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체들이 PPP 융자나 다양한 정부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간신히 버텨왔으나 일부는 휴업을 폐업으로, 혹은 아예 다른 사업으로 업종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버지니아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PPP 융자를 통해 직원들의 임금은 해결했으나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이미 재택근무로 인해 매출이 떨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인 셰프가 운영하는 ‘모모푸쿠’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폐업을 결정했다. 미슐렝 2스타의 유명 셰프 데이빗 장이 뉴욕 본점에 이어 지난 2015년 DC에 진출하며 최대 규모의 지점을 열었으나 지난 5년간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을 닫게 됐다.

베데스다에서 바를 운영하는 이 모씨는 “처음 PPP 융자를 받았을 때는 기분이 좋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그 자금을 사용하지 못해 걱정”이라며 “영업 재개를 위해 웨이터나 바텐더를 다시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코로나19로 실업자가 된 종업원들이 오히려 주정부 실업수당을 비롯해 연방정부 지원금 600달러 등 매주 1천 달러에 달하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어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며 “다시 지원금 반납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파타임 시급보다 실업수당이 훨씬 더 많아지면서 다시 직원들을 고용하기 힘들어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PG 카운티 샤핑몰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정 모씨도 “영업재개를 앞두고 다시 직원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한 만큼 PPP 융자만으로는 충당이 안 돼 결국 빚만 더 늘어나게 생겼다”고 불만을 전했다.

폭스TV는 13일 ‘복직을 거부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가’라는 기사를 통해 “각 주별로 유권해석이 가능하지만 일반적으로 복직 제안을 거부할 경우에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며 “이는 실업이 아닌 자발적 사직으로 더 이상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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