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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은 누울 뿐…폭력이 사라졌다

작성자
그늘집
작성일
2020-06-04 07:27
조회
3304

워싱턴 의사당 앞 풍경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에 드러누워 있다. 주요 외신들은 시위가 이날로 9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잦아들고 분위기도 차분해졌다고 전했다.

“최루탄도 쏘고 연방군까지 운운”
트럼프에 분노한 시민들 거리로
경찰과 충돌 없이 ‘차분한 행진’

“백인 경찰관이 무방비 상태인 흑인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죽이는 장면을 보는 건 정말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회에 사진 찍으러 가기 위해 평화롭게 시위하던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해산시키는 걸 보고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과 인접한 라파예트 공원 시위 현장에서 만난 조지 워싱턴대 교직원인 백인 남성 브레드(52)는 스무 살 아들과 함께 처음 시위에 나왔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라파예트 공원은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인트 존스 교회 방문 길을 열기 위해 군경이 최루탄과 섬광 수류탄을 쏘고 기마대까지 동원해 시위대를 밀어내는 장면이 생중계됐던 장소다.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하며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시위는 이날로 9일째를 맞았다.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갔지만, 시위 열기는 가시지 않았다. 각종 구호를 담은 손팻말을 손수 만들어온 시민 수천명은 도로를 막은 무장 경찰 등과 대치한 채 “정의 없이 평화 없다”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쳤다. 흑인 대학생 에벗(27)은 “우리는 피부색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항상 밖에 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고 들으며 자랐다”면서 “예쁘고 똑똑한 내 어린 조카들도 그렇게 살도록 할 순 없다”고 했다.

일부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문제 삼고 연방군 투입까지 운운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노도 표출됐다. 백인 남성 존 워트먼(55)은 “트럼프는 오로지 자신의 선거와 정치적 이익에만 눈이 멀어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보육교사 메리(30)는 “백인인 나 자신을 포함해 우리 사회 전체에 깊게 뿌리 박힌 차별과 불평등을 고쳐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시위는 별다른 충돌 없이 차분하게 진행됐다. 시위대는 시내를 행진하고,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기도 했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일부 시민들은 시위대에 물과 간식을 나눠줬다. 경찰은 침묵을 지킨 채 시위대를 지켜봤다. 전날 밤 이후로 미국 전역에 걸쳐 폭력시위 양상이 잦아든 데 따른 것으로 보였다. 실제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등에서도 이날 시위가 열렸으나 폭력사태는 빚어지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시위는 얼마나 오래갈까. 에벗은 “결단코 정의가 실현되지 않으면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에선 시위가 풀뿌리 단위까지 확산되는 조짐도 있다. 그럼에도 ‘변화’ 요구에 귀 기울이지 않는 백악관과 정부에 시민들은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브레드는 “글쎄, 시위대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경찰 개혁 방안이든 뭐든 내놓아야 할 텐데 이 정부가 과연 그런 모습을 보일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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