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트럼프의 첫 거부권

작성자
그늘집
작성일
2019-03-05 09:28
조회
3435



174년 전인 1845년 3월3일 연방의회는 미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번복시켰다. 존 타일러 제10대 대통령 때였다. 1841년 4월4일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사망하자 그 자리를 이어받았던 타일러의 임기는 거부권을 번복당한 바로 다음날인 3월4일에 끝났다.

현직 대통령의 사망으로 대통령 직을 승계한 미 최초의 대통령이기도 했던 그는 연방 상하원, 주지사와 부통령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정치인이었지만 대통령 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양당 모두에게 외면을 당했던 당시 정계의 ‘아웃사이더’였다.

취임 다음해 부인이 죽자 30세 연하인 24세 부인과 초호화 결혼식을 올려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그는 의회와 사이가 나빴다. 공화당의 전신인 휘그당 소속이었으나 취임 후 중앙은행 설립문제로 휘그당과 마찰을 빚으면서 당적을 박탈당했는가 하면, 관세관련 법안 거부권 행사 후엔 하원에서 거부권 남용을 이유로 대통령 탄핵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통과되지는 않았다.

단임으로 끝난 재임 중 10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마지막 거부권이 임기 마지막 날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번복당한 것이다. 의회의 사전 승인 없는 대통령의 해안경비대 선박 건조를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1792년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처음 사용했던 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지금까지 2,500여 차례로 기록된다. 이를 무효화 시킨 의회의 번복 성공사례는 타일러 대통령 이후 111회로 5% 미만이었다.

거부권을 가장 많이 행사한 대통령은 프랭클린 루즈벨트로 13년 재임 중 무려 635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21세기에 들어선 후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2번 행사했다가 4번 번복 당했고, 역시 12번 행사했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은 한 차례 번복 당했다.

2대 존 애덤스와 3대 토머스 제퍼슨 등 거부권을 한 번도 행사하지 않은 대통령도 7명이나 된다. 그러나 20대 제임스 가필드 이후엔 한 명도 없었다.

취임 2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한 번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제 첫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상황에 처해질 모양이다.

지난달 15일 트럼프는 의회가 승인한 액수보다 4배 이상 되는 국경장벽 건설비용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상태를 선포했고, 이를 ‘불법’으로 선언한 민주당 하원은 지난주 국가비상사태 저지 결의안을 공화의원 13명의 찬성까지 얻어 245대 182로 통과시켰으며, 지난 주말 공화당 랜드 폴 상원의원의 지지 표시로 앞으로 열흘 안에 행해질 상원표결에서도 결의안 통과가 확실시 되고 있는데, 트럼프는 통과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천명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결의안에 트럼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의회 번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자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합세한 결의안 통과는 의회의 초당적 견책을 의미한다. 그것은 지난 2년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조차 없었던 공화당 천하의 보호막이 사라졌음을 트럼프에게 다시 한 번 절감케 하는 경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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