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백만, 수천만 명이 미국으로 몰려드는 ‘침공(invasion)’을 겪고 있다. 나는….”
15일 미국 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연설을 중계하던 미 CNN방송의 화면에 갑자기 앵커 제이크 태퍼가 끼어들었습니다. 10분 가까이 연설이 중계되고 있었는데, 돌연 현장 중계 소리를 대폭 줄여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들리지 않게 한 뒤 논평을 시작한 것입니다.
태퍼 앵커는 “시청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反)이민 발언을 반복하는 것을 들으실 수 있다”고 비판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 불법으로 미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 행렬을 ‘침공’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언급하고 있었습니다.
NBC방송의 뉴스 전문 채널 MSNBC는 승리 연설이 시작되려고 하자 아예 현장 화면을 앵커 레이철 매도가 있는 스튜디오 화면으로 전환했습니다.
매도 앵커는 “연설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알려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여과 없이 생중계하지 않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언론이 거짓을 보도하는 데는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이 결정은 악의에 의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좋아하는 결정도 아니다”라며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CNN, MSNBC 등의 보도 방식에 대해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단지 불법 이민 문제를 다룬다고 연설 중계를 끊은 것은 옳지 않다”거나 “해당 방송들은 국민들이 스스로 보고 판단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진보 성향이 강한 두 언론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시절에도 사사건건 충돌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CNN을 눈엣가시로 여겨 이 회사 소속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을 금하거나 출입을 막아 논란을 불렀습니다.
다만 보수 성향 폭스뉴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연설에서 부정선거 주장을 펼치자 당시 앵커는 중계를 끊고 “그의 발언은 거짓이 많다. 2020년 대선은 조작되거나 도난당한 게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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