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수당 사기 힘겨운 한인 울린다

“신분도용해 가로채는 수법” 피해자 속출
EDD 대대적 수사…한인회도 대책 검토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실업수당을 청구하고도 주 노동국(EDD)의 행정 미비로 이를 받지 못하고 있는 가주민의 수가 100만 명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실업수당 사기범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타인의 실업수당을 중간에서 가로채는 수법의 사기가 급증해 한인 등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사기범들은 실업수당을 청구하지도 않은 타인의 신분을 도용해 실업수당을 청구해 받아 챙기거나 우편물 절도 등으로 확보한 신분정보로 이용해 실업수당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어 피해가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주 의회는 최근 주 전역에서 만연하고 있는 실업수당 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개빈 뉴섬 주지사에게 EDD에 대한 긴급감사 실시를 강력히 요구했으며, EDD는 실업수당 사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설 뜻을 밝혔다.

실업수당 사기로 큰 액수의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한인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50대 한인 여성 A씨는 2만 달러 가까운 실업수당을 고스란히 사기범들에게 빼앗길 뻔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을 청구했던 A씨는 7월까지 EDD 실업수당을 신청했다. 실업수당 신청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A씨는 실업수당을 신청한 지 몇달이 지나도록 데빗카드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A씨가 EDD 웹사이트에서 확인해 본 결과 실업수당 2만여 달러가 이미 A씨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웹사이트에서 실제와 다른 자신의 신상정보를 확인한 후에야 A씨는 자신이 실업수당 사기범들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인타운에 살고 있는 A씨의 주소가 라하브라로 변경되어 있었던 것. A씨의 신분정보를 빼낸 사기범이 A씨의 주소를 엉뚱한 라하브라로 바꿔 데빗카드를 중간에서 가로챘던 것이다.

자신이 실업수당 사기 피해자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된 A씨는 뱅크오브아메리카로 달려가 데빗카드 지급중지 요청을 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A씨는 “다행히 사기범이 데빗카드에서 1,000달러 정도만 인출해 나머지 실업수당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사기범이 빼내간 1,000여 달러도 은행측에 클레임을 제기해 받아냈다“며 “내가 실업수당 사기 피해를 당할 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한인들의 실업수당 신청을 돕고 있는 LA 한인회의 제임스 안 이사는 “최근 A씨와 같은 피해 사례가 보고 되고 있어 한인회 차원에서 피해 한인들을 돕기위한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라며 “실업수당을 청구하고 웹사이트에 지급 표시가 뜨는데도 10일이 지난 후에도 데빗카드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실업수당 사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 이사는 “실업수당 사기 뿐 아니라 처리 지연 문제도 심각하다“며 “3월에 청구한 실업수당을 아직까지 받지 못한 채 ‘펜딩‘ 상태에 놓여 있어 5개월째 실업수당을 기다리고 있는 한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같은 실업수당 사기는 주 전역에서 만연하고 있다.

3일 LA 타임스와 NBC방송 등에 따르면 리버사이드의 한 주민은 실업수당을 청구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신의 집 주소로 116통의 타인명의 EDD 편지를 받아 이를 지역구 의원인 멜리사 멜렌데스 주 상원의원에게 전달했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실업수당 사기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 주민이 받은 EDD 서한은 각기 다른 33명의 명의로 배달됐으며, EDD 실업수당 데빗카드가 들어있는 편지도 있었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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