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DACA 공공의 적에서 `드리머’ 영웅되나…시민권 추진 등 “큰 이민법” 추진 시사

대법, 백악관 DACA 폐지 제동 걸자
…추방 유예 대신 시민권으로 껴안기

처음부터 합법화 의중…협상 카드였을뿐
“카드인데 법정까지 가나” 날선 공격도

내달 중 “큰 이민법” 서명할 뜻 내비쳐
“성과중심 큰 이민 행정명령” 언급 관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유예프로그램(DACA) 대상자인 `드리머(Dreamer)’에게 시민권 부여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드리머에겐 공공의 적처럼 여겨온 트럼트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가 하지 못한 드리머 구제의 `종결자’로 거듭날지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0일 의회 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중으로 DACA 수혜자에게 미국 국적 허용을 포함한 이민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DACA는 좋은 것으로 결론 났다. 다음 몇 주 안에 많은 사람이 모르는 이민법제 마련에 나설 예정인데 `큰 이민법제(big immigration bill)’에 서명할 것”이라고 히스패닉계 방송 텔레문도의 호세 디아즈-바라트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행정명령’인지 묻는 앵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성과주의에 근거한(merit-based) 큰 행정명령”이라고 답한 뒤 “DACA는 그 일부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인터뷰가 일자 이민자 그룹에서는 기대감이 배어났고, 반면 대법원 판결 이후 DACA 폐지를 재추진할 것으로 기대한 공화당 일각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드리머는 어린 나이에 서류 미비 부모들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살게 된 1.5세를 일컫는다.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DACA 프로그램을 통해 임시로 합법 체류 자격을 부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합법적으로 미국에 온 사람에게만 비자를 발급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는 명분으로 드리머 추방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소수민족의 정당을 자처하며 `드리머 보호’ 카드를 버릴 수 없는 민주당을 압박하고 정치적 반대급부를 얻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해석과 함께 결국 드리머에게 합법 지위를 줄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었다.

반면 민주당 쪽에서는 법정까지 가져간 이상 정치적 협상카드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며 날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주류 미디어를 통해 공개되는 2020 대선 지지율 하락에 맞서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드리머의 반영구 합법화를 모색하는 것 아니겠냐는 힐난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도 끝내 매듭짓지 못하고 이월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을 부여하면 드리머들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를 제공한 정부로 기록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처럼 드리머에게 시민권을 부여함으로써 DACA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방안은 3년 전부터 정계와 이민자그룹에서 논의가 오갔지만, 백악관이 공식화하지 않아 번번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드리머 구제안은 여야의 이민법 정쟁의 핵심 뼈대였기 때문에 지난한 협상이 이어져왔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굵직한 밧줄인만큼 줄다리기하는 양쪽 모두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드리머들로서는 원든, 원치 않든 가장 곤혹스러운 입장에 설 수밖에 없었다. 언론에서 이슈가 될 때마다 미국 생활의 예측 가능성이 180도 뒤바뀌며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9월 연방 정부가 DACA 프로그램 폐지를 발표한 뒤 정가는 힘겨루기를 벌여왔으며 이듬해 2월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가 8시간7분의 역대 최장 연설기록을 세운 것도 드리머 구제를 촉구하기 위한 명분이었다.

앞서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18일 그간 연방정부가 추진해 온 DACA 폐지 정책에 대법관 5-4 의견으로 제동을 걸었다.

법조계는 절차상 흠결을 이유로 든 만큼 향후 정부가 유사한 정책을 시행할 때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70만 명에 가까운 `드리머(Dreamer)’들이 향후 미국 생활의 예측 가능성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더코리안뉴스 허겸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텔레문도 측에 드리머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계획을 언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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