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 한국인들 ‘내가 누군지 알아···’ 툭하면 반말·고성

미국 방문 한국인들 꼴불견 갑질 행태

LA 지역 한 유명 한식당에서 근무했던 김모씨. 그는 이 식당을 찾았던 한 손님을 떠올리면 지금도 기분이 떨떠름하다. “손님 한 분이 약간 술에 취하셔서 무리하게 서비스를 달라고 요구하더라고요.

마치 내가 누구인데 몰라보고 서비스도 잘 안 준다고 불만을 터트렸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한국 유명교회 목회자였다”며“점잖게 생기신 분이 미국에 와서 막무가내 식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는지 이해가 안됐습니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말 LA를 방문한 한국 유명그룹 대표 서모씨. 그는 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기내 안에서 승무원에게 폭언과 갑질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 회장은 기내에서 승무원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반말과 비속어를 사용한데 이어, 여승무원에 대한 외모 비하 발언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국 손님들 갑질 행태

미국을 방문한 경북 예천군 의회 박종철 의원의 여행 가이드 폭행사건이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LA를 방문했던 국회의원이나 일부 유명인사 등 한국식 ‘갑질’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호텔이나 요식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유명 목회자의 경우처럼 미국을 방문한 유명 인사들이 한인타운에서 당연한 듯 무리한 요구나 꼴불견 짓을 해대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인 식당의 종업원 이모씨는 몇 년전 한인 손님의 ‘작은 소동’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LA를 방문한 한인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팁을 내지 않고 그대로 나간 것이었다.

이씨는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설명을 해드렸는데도 아예 무시를 하고 나가더라”며 “그러자 ‘우리가 누군지 아냐’고 웃으면서 영수증 뒤에서 싸인을 하고 그냥 나가더라. 너무 어이가 없어 그냥 웃음밖에 안나오더라”고 말했다.

■막무가내 국회의원들

대미 외교의 기지인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대사관에는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일주일이 멀다 하고 찾아오는데 대사관 직원들이 고위급 한국 손님들의 비위를 잘못 맞췄다가는 곤경에 처하곤 한다.

한 여성 국회의원의 갑질 일화는 아직도 대사관 직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수년 전 한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들과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그를 만난 대사관의 정부 부처 파견 공무원은 대뜸 “그것도 하나 해결 못하느냐”는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그가 화를 낸 것은 미셸 리 당시 워싱턴 DC 교육감과 면담 약속을 잡아 달라는 그의 ‘오더’가 먹혀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의원실에서 연락이 온 건 워싱턴을 방문하기 불과 며칠 전이었다. 미쉘 리 교육감은 당시 대대적 구조조정과 교육개혁으로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대단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그 담당관은 부랴부랴 워싱턴 DC 교육감실에 요청했지만 미국 공직 시스템 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급한 면담 요청은 당연히 불발됐다. ‘무능한’ 공무원으로 찍힌 그 담당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 피해 커

경북 예천군의회 사건의 경우처럼 여행업계는 한국 유명 인사들의 갑질 및 꼴불견을 하루가 멀다 하고 당하고 있다.

현지 가이드들에 따르면 한국 손님들과의 마찰의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접대부’와 ‘잘난 척’이다.

10년 넘게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여행을 온 방문객이 꼭 타국에서 ‘자신을 모르냐’는 등 잘난 척을 하는 손님들이 많다”며 “가장 힘든 건 술을 마실 경우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으로 안내를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 난처하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최근 스마트폰과 차량내 설치된 블랙박스 등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위 유명세를 탄 한국 방문객들의 갑질이나 꼴불견이 많이 줄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박종철 의원처럼 저급한 돌출행위나 추태로 눈살을 찌푸리는 행태들은 여전히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김철수·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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