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으로는 불안’ 시민권 취득 급증

25일 LA 다운타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시민권 선서식에서 600명이 넘는 한인들이 새로 시민권을 땄다. 이날 선서식에 참석한 한인 일가족이 성조기를 흔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박상혁 기자>

25일 LA컨벤션센터, 한인 654명 포함
무려 8,815명 선서, 신청자 적체도 늘어

“영주권자도 사소한 잘못만으로 추방된다는데 시민권 없인 불안해요”

합법 이민자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지면서 시민권을 취득하려는 한인 영주권자들이 늘고 있다.

영주권만으로는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에서 신분 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영주권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한인 등 많은 이민자들이 그간 미뤘던 시민권 취득에 나서고 있다.

25일 LA 다운타운 컨벤션센터에서는 무려 8,800여명에 달하는 이민자들이 시민권을 받는 선서식이 열렸다. 미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시민권을 받는 초대형 선서식이었다. 한인들도 654명이 이날 시민권을 받아들고서 미 시민권자가 된 기쁨과 함께 신분불안을 떨쳐냈다며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선서식이 열린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올해 75세의 미리 신 할머니도 한시름을 놓게 됐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신 할머니는 “영주권만으로도 그간 아무런 불편이 없었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영주권자들도 추방될 수 있다고들 해서 시민권을 신청했다”며 “오늘 선서를 하고 시민권증서를 받고 나니 이제 신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주권을 받은 지 5년째 시민권을 신청해 이날 선서를 마쳤다는 한인 전태영씨는 “주변에서 영주권자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말이 많아 신청자격이 되자마자 시민권을 신청해 받았다”며 “시민권을 받고나니 홀가분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출신 이민자 2,801명 등 이날 시민권 선서를 마친 대부분의 이민자들 표정에서 안도하는 표정이 읽혀졌다.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시민권 선서식에서 시민권자가 된 이민자는 8,815명에 달했고, 한인은 멕시코, 필리핀 출신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시민권 신청을 미루던 영주권자들이 대거 시민권 신청을 하면서 시민권을 받기도 예전과 같지 않다. 반이민정책을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영주권자들의 시민권 신청이 폭증해 적체가 70만 건을 넘어서 평소 6~10개월이 소요됐던 시민권 처리기간은 2배 이상 늘어난 최장 2년까지 소요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이민당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월말 현재 계류 중인 적체 시민권 신청건은 73만 여 건으로 집계돼 지난 2015년 12월의 38만여건과 비교하면 87%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파장이 커지던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약 10개월간 접수된 시민권 신청서만 80여 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영주권자가 느끼는 신분불안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시민권 심사절차도 강화하고 있어 시민권을 신청했다 거부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이민국 통계자료에 따르면, 시민권 신청자의 약 9%가 시민권신청이 거부된다. 신청자 10명 중 약 1명 정도가 거부판정을 받고, 이들 중 상당수는 영주권자 신분까지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커, 시민권을 신청에 앞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철저한 사전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일보 김상목·박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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