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한인‘검사 전화’에 8만달러 날렸다

‘금융·마약법 위반’체포 위협 받고 7차례 걸쳐 사기범 홍콩 계좌에 송금

LA 등 남가주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시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70대 한인 여성이 한국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8만여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당해 한인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3일 뉴욕 총영사관에 따르면 뉴저지에 거주하는 70대 중반의 한인 여성 박모씨는 지난 10월 한국 검사를 사칭한 김모씨로부터 “마약거래와 연계된 대포 통장 발급과 신용카드 개설 등 금융법과 마약법 위반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당장 한국 검찰에 공탁금을 내지 않으면 미 사법기관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긴급 체포를 하겠다”는 전화 협박을 수차례 받았다.

김씨로부터 전화와 카카오톡을 통해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리던 박씨는 “돈을 보내지 않았다간 범죄자로 몰려 정말로 체포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총 7차례에 걸쳐 범인이 지정한 홍콩내 중국계 은행 계좌에 총 8만4,000달러를 송금했다.

김씨는 송금 이후 연락이 끊겼고, 박씨는 최근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피해를 당했음을 인지하고 뉴욕 총영사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박씨는 “내가 사기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사기범들이 공문서까지 위조해 위협적으로 돈을 송금하지 않으면 즉시 경찰에 체포될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사기범들이 심지어 가족들에게 알릴 경우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아들과 가족한테도 얘기를 하지 못했다”면서 허탈해 했다.

뉴욕 총영사관에 따르면 얼마 전부터 LA는 물론 워싱턴과 뉴욕, 뉴저지 지역 한인 유학생과 재외국민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주미 대사관 직원이라고 소개한 뒤 출국금지 또는 국제범죄 등에 연루됐다며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사기범죄 신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대상이 노년층이라며, 대부분 당장 벌금을 내지 않으면 체포될 수 있다고 협박을 한 뒤 은행계좌 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채는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 수법을 사용하거나 국제범죄 연루를 들먹이며 신상정보를 빼내려는 시도가 많다고 경고했다.

한편 뉴욕 총영사관은 한국 검찰 및 경찰 사칭 보이스피싱 관련 박씨가 첫 번째 피해 신고 사례라고 밝히며,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한미 사법당국과 공조수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뉴욕 총영사관 권혁준 외사관은 “조만간 피해자를 직접 만나 조사할 예정으로 사기범들의 전화번호와 카카오톡 아이디 등 확보된 정보를 한국경찰청에 전달하고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며 “한국 수사기관에서는 이 같은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고, 만약 범죄와 관련해 연락할 일이 있으면 재외공관이나 인터폴 등 공식기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알려주고 관련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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