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하숙·민박집 횡포 단기 체류자들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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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달리 열악한 시설… 구두계약과 달리 부당요구… 귀중품 분실…

<한국일보 예진협 기자> = LA 한인타운을 비롯한 남가주 지역 한인 밀집지들에 하숙과 민박 형태의 단기 숙박시설들이 많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하숙집 업주들의 부당한 횡포로 인한 갈등 사례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하숙집의 경우 주로 인턴 근무나 어학연수 등 단기 체류 목적으로 미국에 오는 한국의 젊은층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인터넷을 통해 입주 정보와 논의가 오가는 점을 악용해 구두계약을 한 뒤 말을 바꾸거나 입주후 부당한 조건을 강요하고 심지어 귀중품이 사라지는 등의 피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주들은 주로 한인사회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하숙생 모집 광고를 올리면서 실제와 다른 사진이나 내용을 올리는 등 한국이나 타주에서 오는 체류자들이 실제 거주할 곳을 직접 보고 입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악용해 부당한 횡포를 부리는 경우가 많다는 게 피해자들의 말이다.

LA 한인업체에서 인턴 근무를 위해 지난해 미국에 입국한 이모씨(23·여)는 “최근 한 달에 한번 꼴로 집을 옮겼을 정도로 부당한 일을 연속으로 겪었다. 첫 집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구했는데 사진과 달리 방이 너무 작았고 한겨울에 차가운 물만 나올 정도로 시설이 열악했다”며 “특히 여자들만 있는 집이라고 했는데 가보니 남자들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집이어서 도저히 못 견뎌 집을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이씨는 “다른 집에서는 누군가가 시계, 현금 등 귀중품을 한꺼번에 가져갔다가 하루가 지나서 현금만 원래 있던 곳에 갖다놓은 사건이 있었다”며 “집 내부자 소행으로 보고 경찰 신고를 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한인 인턴 김모(22·여)씨도 최근 서브리스로 방을 구했다가 부당하게 쫓겨나는 경험을 했다.

김씨는 “정식 계약이 아니라 서브리스로 방을 구해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하소연 할 데가 마땅치 않았다”며, “집주인이 입주 시 여권정보, 재직증명서 등 민감한 정보와 가족과 친구 연락처까지 무리하게 요구한 뒤, 처음에는 잘해주다가 나중에는 부당하게 책임을 물어 무조건 나가라고 하며 겁을 줬다”고 말했다.

3개월짜리 연수를 위해 한국에서 LA로 왔던 또 다른 한인 이모씨는 인터넷에서 찾은 하숙집에 방이 있다는 말만 믿고 왔다가 막상 도착해보니 방이 없어 집주인의 방에서 한 달 넘게 생활하는 불편을 겪은 경우다.

이같이 피해를 당한 한인 단기 체류자들은 대부분 일부 집주인들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하숙생은 “집주인들은 유틸리티 비용을 추가로 요구할 때에는 정식테넌트로서의 의무를 강조하다가 다른 조건이 좋은 입주자가 나타나면 정식 테넌트로 인정하지 않고 당장 나갈 것을 요구해서 하루 만에 쫓기듯이 이사를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유학생 박모씨(25)는 “최근 살던 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이사를 갔다. 학교에 간 사이 집주인이 방 안을 자주 들락날락 하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문제 삼자 ‘청소를 해주려고 들어왔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며, “옷과 귀중품이 없어지는 등 도저히 참기가 어려워 이사를 나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일부 집주인들은 미국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단기 세입자들의 약점을 이용해 부당한 대우를 하고 때로는 디파짓도 돌려주지 않은 채 퇴거를 강요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이같은 하숙 입주가 입주 조건들을 정확하게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집주인과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부당한 대우에 맞서기 위해서는 먼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여러 하숙집을 둘러본 뒤 계약하고, 계약조건이 명시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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