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5천 건 넘는 비자 취소에 최대 20만 건 추가 검토…DACA·영주권자·귀화시민도 신분별 위험은 달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정책은 불법입국자와 장기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과거 일정한 보호나 합법적 체류 근거를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TPS(임시보호신분), 인도적 패롤, DACA뿐 아니라 비이민비자 소지자에 대한 지속적인 심사가 강화되고 있으며, 영주권자와 귀화시민도 각각 법이 정한 사유가 존재하면 신분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만 이들을 모두 똑같은 ‘추방 대상’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각 신분의 법적 보호 수준과 추방 요건은 크게 다릅니다.
TPS·인도적 패롤, 임시보호의 불확실성 커져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계층은 TPS와 인도적 패롤 대상자입니다. 이들 제도는 애초 영구적인 이민신분이 아니라 일정한 인도적 사유를 근거로 미국 체류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러 국가에 대한 TPS 지정과 바이든 행정부 시절 확대됐던 CHNV 등 인도적 패롤 프로그램을 잇달아 종료하거나 축소해 왔습니다. 그러나 모든 TPS가 이미 일괄 종료됐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국가별 종료일과 법원의 가처분·항소 상황이 다르고 소송이 계속되는 프로그램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TPS나 패롤 수혜자는 정부 발표만이 아니라 자신의 국가와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실제 종료일과 현재 법원 명령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DACA도 ‘영구 신분’은 아니다.
DACA 역시 영주권이나 합법적인 이민신분 자체를 부여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일정 기간 추방을 유예하고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행정적 보호입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연방정부 자료입니다. 호아킨 카스트로 연방하원의원이 공개한 DH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월 이후 2026년 5월 12일까지 범죄 유죄판결이나 형사기소 기록이 없는 DACA 수혜자 85명이 추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DACA를 가지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추방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유효한 DACA를 갖고 있었지만 추방된 뒤 정부가 ‘unauthorized travel’을 이유로 DACA 종료를 통보해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비자 취소 17만5천 건…최대 20만 건 추가 검토
비이민비자에 대한 심사도 크게 강화됐습니다. 국무부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17만5천 건 이상의 비자를 취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폭행, 음주운전(DUI), 절도, 마약범죄 등 법집행기관과의 접촉뿐 아니라 비자조건 위반과 국가안보 문제 등이 주요 사유로 제시됐습니다.
최근에는 B-1/B-2 방문비자로 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최대 20만 건의 비자를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AP와 Reuters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6년 사이 발급된 비자가 검토 대상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중요한 구별이 필요합니다. 비자 취소가 곧바로 추방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미국에서 망명 신청이 진행 중이라면 망명절차와 체류 문제는 별도의 이민법적 판단을 받게 됩니다.
영주권자도 추방될 수 있지만 ‘365일이면 무조건 추방’은 아니다.
영주권자는 TPS·패롤·DACA와는 법적 지위가 크게 다릅니다. 영주권은 말 그대로 Lawful Permanent Resident 신분이므로 정부가 단순한 정책 변경만으로 일괄 취소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범죄 유죄판결, 이민사기, 마약범죄, 가정폭력, 총기범죄 또는 aggravated felony 등 이민법이 정한 추방사유에 해당하면 영주권자도 추방재판에 회부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집행유예를 포함해 365일 이상 형을 받으면 무조건 추방된다”는 식의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이민법에서는 범죄의 법률적 구성요건, 실제 유죄판결 내용, 선고된 형량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같은 1년 형이라도 적용되는 이민법상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영주권자가 형사사건에 연루됐다면 유죄협상(plea bargain)을 하기 전에 형사변호사뿐 아니라 이민법상 결과를 반드시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귀화시민권까지…DOJ 시민권 박탈 소송 확대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귀화시민권 박탈, 즉 denaturalization의 확대입니다.
법무부는 7월 20일부터 8월 3일 사이에만 25건의 새로운 시민권 박탈 소송을 제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8월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권 취득 자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88명에 대해 조치를 제기했다고 밝혔습니다.
행정부는 2026 회계연도 말까지 최소 250건의 시민권 박탈 사건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귀화시민권도 대통령이나 USCIS가 마음대로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사상 시민권 박탈은 일반적으로 시민권을 불법적으로 취득했거나 중요한 사실을 고의로 숨기거나 허위진술해 귀화한 경우 등이 법적 근거가 됩니다. 실제 박탈 여부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합니다.
그늘집의 이야기
트럼프 2기 이민정책의 특징은 단순히 “불법체류자를 더 많이 추방한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임시보호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이미 발급된 비자를 다시 검토하며, DACA 수혜자에 대한 집행을 강화하고, 영주권자의 추방사유와 귀화 과정의 사기까지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는 다층적인 집행체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를 제외하면 누구나 언제든 추방될 수 있다”고 표현하는 것도 법적으로는 지나칩니다. TPS·패롤·DACA, 비이민비자, 영주권, 귀화시민권은 서로 전혀 다른 법적 지위이며 정부가 이를 종료하거나 박탈하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요건도 다릅니다.
한인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차이입니다. DACA나 TPS는 만료·종료일을 확인하고, 비자 소지자는 체류조건과 범죄기록을 점검하며, 영주권자는 형사사건 발생 즉시 이민법상 결과를 검토하고, 귀화 신청자는 과거의 모든 이민기록과 범죄·세금·해외체류 기록을 정확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2026년 미국 이민환경에서는 단순히 “현재 서류가 있으니 안전하다”는 생각보다 내가 어떤 법적 신분을 가지고 있고, 그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