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이 된 미국 이민재판… 적법절차는 지켜지고 있는가?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법원의 장기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재판 속도를 대폭 높이면서 미국 이민사회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하루에 수십 건, 많게는 100건이 넘는 사건을 한 명의 판사가 심리하는 이른바 ‘메가 통합심리(Mega Master Hearing)’ 가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추방명령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민법원 데이터를 분석하는 비영리단체 모바일 패스웨이즈(Mobile Pathways) 에 따르면, 메가 통합심리는 불과 1년 전보다 약 3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동시에 첫 심리까지 주어지는 준비 기간도 과거 평균 6개월에서 한 달 남짓으로 크게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변호사를 선임하거나 증거를 준비해야 하는 신청자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궐석 추방명령(In Absentia Removal Order) 의 급증입니다. 법원 심리에 출석하지 못하면 판사는 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으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추방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법원 통지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거나, 교통사고·질병 등으로 출석하지 못한 경우에도 추방명령을 받았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법원에서는 하루 90건에서 150건이 넘는 사건이 한 명의 판사에게 배정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사건당 심리 시간이 불과 몇 분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신청자들이 자신의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추가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이러한 조치가 수년간 누적된 이민법원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민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수백만 건에 이르며,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해야 법적 근거가 없는 체류자를 적시에 추방하고, 보호가 필요한 신청자에게도 더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적체 해소와 적법절차(Due Process)는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민재판은 단순한 행정절차가 아니라 개인의 생명과 가족, 미래가 걸린 사법절차입니다. 망명 신청자는 본국으로 송환될 경우 박해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초청이나 취업이민 신청자 역시 추방명령이 내려질 경우 향후 미국 입국과 영주권 취득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있는 신청자는 이전보다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법원에서 발송하는 모든 통지서를 반드시 확인하고, 주소가 변경되면 즉시 이민법원과 이민국에 신고해야 합니다. 또한 재판 날짜를 놓치지 않도록 관리하고, 부득이하게 출석이 어려운 경우에는 가능한 한 빨리 변호사를 통해 연기 신청이나 필요한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합니다.

최근 미국의 이민정책은 ‘신속한 집행’ 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행정 효율성이 중요하더라도 공정한 심리와 적법절차는 결코 희생되어서는 안 됩니다. 빠른 재판이 반드시 공정한 재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미국 이민법원은 적체 해소와 절차적 정의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시험대에 서 있습니다. 신청자 역시 변화된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재판 준비와 신분 관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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