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카운티 법원 주변 단속 지속…피고인·피해자·증인의 법원 출석 위축 우려
일리노이주가 법원 안팎에서의 민사 이민 체포를 제한하는 법을 시행했음에도, 쿡카운티 법원 주변에서는 연방 이민 당국의 체포 활동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보도된 한 여성의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여성은 지난 1월 룸메이트와의 다툼으로 경범죄 가정폭력 혐의로 기소됐으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습니다. 그러나 법원 주변에서 ICE 단속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체포 위험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일리노이주는 2025년 말 제정된 ‘법원 접근·안전·참여법(Court Access, Safety, and Participation Act)’을 통해 일정한 법원 절차에 참석하는 사람을 상대로 법원 안이나 주변에서 민사 이민 체포를 하는 행위를 제한했습니다. 쿡카운티 법원도 별도의 행정명령을 통해 사법 영장 없이 법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민사 체포를 금지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연방 요원들이 법원 인근에서 대기하거나, 출석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을 뒤따라 체포하는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최근 브리지뷰 법원에서도 적법한 사법 영장 제시 없이 한 남성이 구금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주 의원들이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주법과 연방법의 충돌에 그치지 않습니다. 법원 주변에서의 이민 체포는 형사사건 피고인뿐 아니라 범죄 피해자, 가정폭력 생존자, 증인, 가족법 소송 당사자들이 법원 출석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 체포에 대한 두려움이 신고와 증언, 방어권 행사에 위축 효과를 일으킨다는 우려는 과거 관련 소송에서도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연방 정부는 이민법 집행이 연방의 고유 권한이며, 체포 대상자가 법원에 출석한다고 해서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반면 주정부와 이민자 권익단체들은 법원이 체포 장소로 활용되면 사법제도의 기본 기능이 무너진다고 주장합니다.
최근 연방 법원도 법원 체포 정책을 무제한으로 인정하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한 연방 판사는 ICE와 이민법원이 법원 체포 권한을 확대했던 정책을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행정조치로 판단해 무효화하고, 예외적인 공공안전·국가안보 사건에만 법원 체포를 허용했던 이전 지침을 되살렸습니다. 다만 이 결정의 적용 범위와 항소 결과에 따라 법적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쿡카운티 사례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분명합니다. 이민법 집행 권한이 있더라도, 정부가 재판을 받거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법원에 나온 사람을 체포 장소로 삼아도 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법원은 국가가 시민과 비시민권자 모두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법원에 출석하는 것 자체가 체포 위험이 된다면, 피고인은 출석을 피하고 피해자는 신고를 주저하며 증인은 입을 닫게 됩니다. 이는 이민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지역사회의 공공안전과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민 단속과 법원 접근권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닙니다. 사법 영장의 범위, 체포 장소, 연방과 주정부의 권한, 법원 출석자의 보호 기준을 명확히 하는 법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법을 집행하는 과정이 오히려 법원 접근을 막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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