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을 취득하든지, 떠나든지”…TPS 종료가 던진 미국 이민정책의 새로운 메시지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이 6월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하원 감독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아이티와 시리아 출신 임시보호신분(TPS) 종료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정책의 방향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DHS)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TPS 수혜자들에게 “영구적인 체류 자격을 취득하거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필요한 서류를 통해 영주권 등 합법적인 영구 체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부가 항공권과 정착 지원금까지 제공하며 자진 출국을 돕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진 출국(Self-Deportation)’ 정책을 다시 한번 공식화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TPS는 본래 전쟁이나 내전, 대규모 자연재해 등으로 본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외국인에게 일시적인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 1990년 도입된 제도입니다.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 이후, 시리아는 2012년 내전 이후 TPS 대상국으로 지정되어 수십만 명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생활하며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TPS가 이름 그대로 ‘임시(Temporary)’ 제도일 뿐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역시 행정부가 TPS를 종료할 수 있는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약 35만 명의 아이티인과 6천여 명의 시리아인이 추방 위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현실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현재도 아이티와 시리아에 대해 극심한 치안 불안과 폭력, 납치, 테러 등을 이유로 여행 금지 또는 여행 자제 권고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살아온 TPS 수혜자들에게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해법인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아이티계 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는 지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동력을 제공하며 지역경제를 지탱해 왔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와 일부 공화당 연방의원들까지도 “현재 아이티 상황을 고려하면 TPS 종료는 시기상조”라며 연장을 촉구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TPS 제도 하나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재 약 170만 명이 17개국을 대상으로 TPS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다른 국가 출신 TPS 보유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이민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TPS 제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사실상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편, 멀린 장관이 언급한 “영구적인 체류 자격을 취득하라”는 말은 모든 TPS 소지자가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미국 시민권자와의 가족초청, 취업이민, 망명 승인 등 별도의 법적 자격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영주권 신청이 가능합니다. TPS 자체는 영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거나 영주권 신청 자격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트럼프 행정부의 후속 발언은 미국 이민정책의 방향이 ‘임시 보호’에서 ‘영구적인 신분 정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앞으로는 자신의 체류 자격을 보다 철저히 점검하고, 영주권 취득 가능성이 있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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