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아시아계 및 태평양 섬 주민(AAPI) 성인들은 미국이 더 이상 이민자들에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AP-NORC와 AAPI Data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미국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계 및 태평양 섬 주민(AAPI) 성인의 약 60%는 “미국이 과거에는 이민자들에게 좋은 나라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현재도 미국이 이민자들에게 좋은 나라라고 평가한 비율은 30%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 결과는 단순한 정치적 선호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1년간 강화된 이민 단속과 불확실한 정책 환경이 이민자 사회 전반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조사 대상자 상당수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영주권 카드나 시민권 증명서 등 신분 관련 서류를 항상 소지하기 시작했거나, 해외여행 계획을 취소 또는 연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합법적 이민자들조차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스스로 행동을 조정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현상이 불법체류자뿐 아니라 영주권자와 귀화 시민권자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법적 지위가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분위기 변화 속에서 심리적 불안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유학생들이 재입국 심사에 대한 우려로 고국 방문을 미루고, 영주권자들이 평소보다 더 자주 신분증을 확인하는 모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정체성에 대한 인식입니다. AAPI 성인들은 미국인이라는 정체성 못지않게 가족의 뿌리와 출신 국가의 문화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오랫동안 다양한 문화와 이민자들의 기여를 통해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응답자의 73%는 “다양한 문화와 가치의 융합이 미국의 정체성에 중요하다”고 답해 전체 미국인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이민자들의 노력과 도전을 통해 성장해 온 나라입니다. 과학, 기술, 교육, 의료, 기업 활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민자들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AAPI 응답자들이 “미국이 더 이상 예전과 같은 기회의 땅이 아니다”라고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여론조사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미국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이민자들이 불안과 위축을 느끼기 시작한다면 미국 사회가 자랑해 온 개방성과 다양성의 가치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건국 250주년을 앞둔 미국은 지금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미국은 앞으로도 이민자들에게 희망과 기회의 나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점점 더 닫힌 사회로 변화할 것인가. 이번 여론조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경고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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