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했던 IRS(국세청)와 ICE(이민세관단속국) 간 정보공유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근 재무부 산하 납세자권익보호감찰관(TIGTA)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민단속 과정에서 활용된 납세자 정보의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IRS는 지난해 ICE와 체결한 데이터 공유 협약에 따라 약 4만7,000명의 주소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당시 ICE는 추방 대상자 추적을 위해 120만 명이 넘는 납세자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정보 제공 과정에서 사용된 자료 대조 시스템의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TIGTA는 IRS가 ICE가 제출한 자료와 국세청 기록을 자동으로 비교하는 절차를 구축했지만, 이 시스템이 정확하고 일관되게 대상자를 식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 결과 공유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부 정보까지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IRS는 올해 초 제공된 주소 정보 가운데 5% 미만에서 부적절한 정보 공유가 발생했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감찰관 보고서는 IRS가 설명한 제외 절차만으로는 문제 사례를 모두 걸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오류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습니다. 미국의 세금 신고 제도는 납세자의 자발적인 신고를 기반으로 운영됩니다. 특히 수백만 명의 이민자들은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ITIN(개인납세자번호)을 사용해 세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납세 정보가 이민단속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경우, 자발적 세금 신고 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이민단체와 시민단체들은 IRS가 원래 세금 행정을 위해 수집한 정보를 이민단속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납세자 신뢰를 훼손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현재 ICE의 IRS 정보 요청을 둘러싸고 최소 두 건 이상의 연방법원 소송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IRS가 추가 납세자 정보를 국토안보부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건 바 있습니다.
반면 정부 측은 국가안보와 이민법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적인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감찰관 보고서는 적어도 현재의 정보 공유 체계가 충분히 정확하거나 안전하게 운영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한 시대에 정부 기관 간 데이터 공유는 더욱 엄격한 기준과 투명성이 요구됩니다. 잘못된 정보가 제공될 경우 무고한 사람이 조사나 단속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TIGTA 보고서는 이민단속 정책의 찬반을 떠나 정부가 보유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민법 집행도 중요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행정의 정확성 역시 민주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입니다. 향후 법원의 판단과 의회의 논의가 이러한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갈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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