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국 예약이 취소된 한 망명 신청자가 2025년 1월 17일 멕시코 티후아나의 엘 차파랄 국경 검문소에서, CBP One 앱을 확인하며 서류 점검을 위해 멕시코 이민 당국자와 면담할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최근 연방법원이 이민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요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앨리슨 버로스 판사는 국토안보부(DHS)가 ‘CBP One’ 앱을 통해 입국한 이민자들의 법적 지위를 일괄 종료하려 한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해당 지위를 복원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행정 조치의 위법 여부를 넘어, 이민 행정에서 ‘정부의 약속’이 가지는 법적 의미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문제가 된 ‘CBP One’ 프로그램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도입된 절차로, 이민자들이 사전에 면담을 예약하고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는 통로였습니다. 약 90만 명에 달하는 신청자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입국했으며, 상당수는 인도적 사유에 따른 임시 체류 허가(Humanitarian Parole)를 받아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취업까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직후 해당 제도를 사실상 중단하고, 이미 입국한 이들에게 “출국하라”는 통지를 발송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을 넘어, 이미 부여된 법적 지위를 소급적으로 박탈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법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due process)’입니다. 정부가 일정한 절차를 통해 입국을 허용하고, 그에 따른 권리를 부여했다면, 이를 일방적으로 철회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특히 이민자들이 정부의 공식 시스템을 신뢰하고 행동했다는 점에서, 행정부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결정이 곧 영구적 신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이민자들의 최종 운명은 여전히 개별 심사와 향후 정책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또한 행정부가 항소 의사를 밝힌 만큼, 법적 공방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이번 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이민 정책은 정치적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 집행 과정에서의 법적 안정성과 신뢰는 쉽게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민법의 본질은 ‘누가 들어오느냐’뿐 아니라, ‘어떤 절차로, 어떤 약속 아래 들어왔는가’를 지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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