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들, 트럼프 추방 정책에 ‘동조’ 넘어 적극 가속

287(g) 협정 확대로 일상적 경찰 활동이 이민 단속으로 전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규모 추방 정책이 연방 차원을 넘어 주(州) 정부 차원에서 더욱 정교하고 광범위하게 실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화당이 주도하는 여러 주들은 단순히 연방 이민 정책에 협조하는 수준을 넘어, 추방을 더 쉽고 빠르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 있는 제도가 바로 287(g) 프로그램입니다. 이 제도는 원래 연방 정부만 수행할 수 있었던 이민 단속 권한을 주·지방 법 집행 기관에 위임하는 협정으로, 트럼프 행정부 복귀 이후 공화당 주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 야생동물 단속이 이민 체포로

지난해 8월,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한 사건은 이 변화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 보호 위원회 소속 직원들이 부두에서 낚시를 하던 히스패닉계 남성들에게 접근해 어류 검사를 요청한 뒤, 외모를 근거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연락해 다섯 명을 넘긴 사실이 바디캠 영상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직원은 “시민권자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여권을 요구하고 이민 당국에 확인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지만, 누가 이 지시를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몇 달 전 플로리다주가 287(g) 협정을 확대하면서 사실상 연방 이민 단속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플로리다 이민 연합의 정책 분석가 토마스 케네디는 “경찰을 ‘신분증 제시 요구 순찰대’로 만들어버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전국적 확산… 숫자로 드러난 변화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에 따르면,

  • 2024년 9월: 287(g) 참여 기관 135곳

  • 2025년 1월: 1,313곳으로 급증

이 중 약 절반은 경찰이 일상 순찰 중 이민 단속을 수행할 수 있는 ‘태스크포스 모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경찰관 급여 지원까지 약속했으며, 플로리다주에만 3,900만 달러의 연방 자금이 지원됐습니다.

메릴랜드대 프랜시스 스콧 키 로스쿨의 이민 클리닉 소장 코리 알론소-요더 교수는 “현재의 단속 모델은 거리에서 대규모로 체포하는 방식”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287(g)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웨스트버지니아·테네시: ‘모델 주’ 자처

2025년 웨스트버지니아주는 주 방위군과 주 경찰까지 포함하는 287(g)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당시 주지사였던 패트릭 모리시는 “체포·구금·추방 과정을 크게 가속화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실제로 최근 65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번호판 단속으로 체포된 베네수엘라·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2명에 대해 연방 판사가 “정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단 하나도 없다”며 석방을 명령하는 등, 부실한 단속과 적법 절차 위반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테네시주는 더 나아가 불과 10개월 만에 8개의 이민 관련 법률을 제정하며 주 차원의 ‘반이민 실험장’이 되고 있습니다. 테네시 이민자·난민 권리 연합의 리사 셔먼 루나 사무총장은 “테네시주는 스티븐 밀러가 구상하는 미국의 모델이 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범죄 감소 효과는 ‘불분명’

공화당은 287(g) 프로그램을 범죄 예방 수단으로 홍보하지만, 연구 결과는 엇갈립니다. 미국 이민 위원회에 따르면,

  • 이민자는 미국 태생 시민보다 범죄율이 높지 않으며

  • ICE 협정은 범죄 감소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고

  • 오히려 경찰 자원을 소모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훈련입니다. 플로리다의 한 야생동물 보호 직원은 이민자 체포 전 받은 교육이 온라인 강의 약 1시간에 불과했다고 말하며, 현장을 “갓 태어난 기린처럼 어색했다”고 표현했습니다.

보이지 않게 진행되는 단속, 커지는 공포

전문가들은 287(g) 확대가 오히려 대중의 반발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군사화된 연방 요원 대신, 평범한 경찰과 공무원이 수행하는 행정 절차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알론소-요더 교수는 “미니애폴리스에서처럼 가혹한 단속 장면이 공개되면 분노와 항의가 폭발한다”며 “287(g)은 단속을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이민자들은 외출과 대피소 이용조차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셔먼 루나는 “우리 지역사회는 공포에 떨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이러한 정책이 만들어내는 현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공화당 주들이 선택한 이 전략은, 강경 이민 정책을 일상 행정 속으로 녹여내는 방식으로 추방을 가속화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적법 절차, 공공 안전, 그리고 지역사회의 신뢰가 얼마나 훼손될지는 여전히 큰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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