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시민권 인터뷰 무더기 취소…트럼프 행정부 정책 여파

영주권자들 “이유 없는 연기, 불안과 혼란만 키운다”

2026년 새해를 앞두고 시애틀 지역에서 영주권자 시민권 인터뷰가 대거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며 지역 이민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미 수년간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시민권 취득을 준비해 온 신청자들이 아무런 설명 없이 인터뷰 일정이 일방적으로 취소되자, 그 배경에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이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위험 국가도 아닌데 왜 취소됐나”

시애틀 지역 이민 지원단체들과 이민법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번 인터뷰 취소는 단순한 행정 착오 수준을 넘어선 집단적·광범위한 조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취소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가 트럼프 행정부가 지정한 ‘고위험 국가’ 출신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시애틀시 산하 이민·난민 지원국(OIRA)은 지역 10개 커뮤니티 단체들과 함께 시민권 신청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12월 초 이후 80건이 넘는 시민권 인터뷰와 선서식 일정이 취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1월 17일까지 이미 예약돼 있던 인터뷰도 대부분 취소되면서, 사실상 국적을 가리지 않고 전면적인 연기가 이뤄진 상황입니다.

아시안 상담 및 소개 서비스(ACRS)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으로 55명의 시민권 인터뷰가 취소됐고, 이 중 49명은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에콰도르·멕시코·사모아 출신으로, 여행 제한이나 고위험 국가 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신청자들이었습니다.

ACRS의 알렉산드라 올린스 담당자는 “공식적인 사유 없이 인터뷰가 취소되는 일은 전례가 없다”며 “신청자들에게 무엇을 설명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어 현장 단체들 역시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USCIS “업무 조정”…현장은 “납득 어렵다”

이에 대해 미국 시민권·이민 서비스(USCIS)는 인터뷰 취소가 특정 국가나 집단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전국 사무소 간 업무 균형을 맞추기 위한 행정적 조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매튜 트래거서 USCIS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시민권 신청이 우선 처리되었지만, 현재는 보다 철저한 심사와 검증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신청자들을 직접 돕는 단체들은 이 같은 설명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습니다. OIRA의 하므디 모하메드 담당자는 “시민권 인터뷰는 이미 지문 채취와 FBI 배경조사를 모두 통과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지막 단계”라며 “이 시점에서의 대규모 취소는 미국의 안전을 높이지도, 행정 효율성을 개선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오히려 불필요한 공포와 혼란, 그리고 업무 적체만 키운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강화된 시민권 심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잇따라 발표된 합법 이민 전반에 대한 재검토 정책과 연결해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난민 심사 중단, 아프간 특별이민비자(SIV) 중단, 19개국 출신 이민자 신청 중단에 이어, 시민권 신청자에 대해서도 ‘반미 성향’ 검증과 ‘선량한 도덕적 성격(Good Moral Character)’ 기준을 강화하는 지침을 시행했습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시민권 인터뷰 단계까지 도달한 영주권자들마저 불확실성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지역 사회의 우려입니다. 실제로 일부 신청자들은 장기간 준비 끝에 인터뷰가 취소되자 아예 시민권 신청 철회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영주권자들”

시애틀의 난민 여성 연합(RWAS)과 아시아계 이민자 지원 단체들 역시 이번 취소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법적 대응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소송은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 대부분의 영주권자들은 정책이 다시 바뀌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연방 통계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에 워싱턴주에서 시민권을 취득한 사람은 약 2만3,500명, 시민권 취득 자격을 갖춘 영주권자는 약 19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과 같은 불확실성 속에서 시민권의 마지막 문턱 앞에 멈춰 서 있는 셈입니다.

그늘집의 시선

시민권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오랜 시간 미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법적·정서적 안정을 의미하는 최종 단계입니다. 이미 모든 요건을 충족한 영주권자들의 인터뷰를 이유 없이 미루는 정책은, 합법 이민을 장려하겠다는 명분과도 어긋납니다.

시애틀에서 시작된 이번 혼란이 일시적 행정 조정으로 끝날지, 아니면 전국적인 시민권 심사 강화의 신호탄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불확실성의 부담이 고스란히 영주권자 개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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