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해제된 이후 전 세계로의 이동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여행과 교류의 재개가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LA총영사관 통계에 따르면, 재외국민이 겪는 각종 사건·사고가 팬데믹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2년 198건이었던 접수 건수가 2024년에는 367건으로 급증했으며, 올해도 이미 8월 기준으로 200건을 넘어섰습니다.
해외 이동의 회복이 곧 사건사고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실에서 추방까지… 늘어나는 사고 유형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분실’입니다.
여권을 비롯한 소지품 분실 건수가 2022년 48건에서 2024년 209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공항, 호텔, 렌터카 등 이동 동선이 많은 공간에서 여권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여권 재발급이나 체류 신분 확인 절차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민 단속 강화로 인한 강제추방 사례의 증가입니다.
LA총영사관에 따르면, 강제송환 건수는 2022년 5건에서 올해 9건으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민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단순한 체류 위반이나 행정 실수가 추방 사유로 연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불법 체류, 경미한 범죄 연루, 체류 자격 미비가 복합적으로 얽힌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행의 자유, 그러나 치안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이 자유로워졌지만, 미국의 치안 환경은 오히려 악화된 상황입니다.
LA를 비롯한 주요 대도시의 강력범죄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으며, 절도·폭력·사기 등 생활범죄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 8월 현재 강력범죄 피해 신고만 7건, 절도 사건은 매년 50건 안팎으로 꾸준히 접수되고 있습니다.
이승용 LA총영사관 경찰영사는 “팬데믹 이후 한국인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사건·사고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며 “공관의 조력이 가능하더라도 병원비나 법률비용 등은 본인 부담임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영사관은 현지 경찰 신고 절차 안내, 병원 정보 제공, 긴급여권 발급 등 기본적인 조력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즉, 체포나 구금된 경우 직접 석방 협상이나 법적 구제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해외 안전 감각’을 되찾아야 합니다
문제는 단순히 사건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단절되었던 해외 체류 경험이 회복되면서, 한국인 여행객과 교민들의 ‘해외 안전 감각’이 예전만큼 예리하지 않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안전 불감증은 해외에서도 통하지 않습니다.
출국 전에는 외교부의 ‘해외안전여행’ 앱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현지 공관 연락처를 반드시 확인하시고, 여행자 보험 가입 여부도 꼼꼼히 점검하셔야 합니다.
여권 사본을 별도로 보관하고, 사건이 발생했을 때에는 지체 없이 LA총영사관(213-700-1147) 또는 외교부 영사콜센터(02-3210-0404) 로 연락하셔야 합니다.
이러한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이 해외에서 자신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자유로운 여행, 그러나 안전은 스스로 챙기셔야 합니다
팬데믹의 종식은 우리에게 여행의 자유를 되돌려주었지만, 그만큼 위험 또한 함께 돌아왔습니다.
자유로운 이동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주의와 대비’라는 또 하나의 여권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여권을 잃고 추방까지 당하는 일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지금, 재외국민 한 분 한 분의 안전 의식이 가장 강력한 보호장치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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