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6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유엔 본부 밖 다그 함마르스콜드 광장에서 통역을 통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를 향해 연설하고 있다.
뉴욕 유엔총회 방문 중 비자 취소…페트로 대통령 “유엔 본부 옮겨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자신의 비자가 취소된 미 정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며, 유엔 본부를 다른 국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7일 악시오스(Axios) 등 외신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의 창립 원칙을 위반했다”며 “이제 더 민주적인 곳으로 가야 한다. 카타르 도하를 유엔 본부로 제안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페트로 대통령은 이어 “콜롬비아 대통령으로서 나는 유엔총회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했을 뿐”이라며 “국제법은 인류의 지혜이며 나를 보호한다. 대량학살은 반(反)인륜 범죄로, 인류는 이에 대응하고 판단하며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페트로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 시내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사태 관련 반미(反美) 규탄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시위 연설에서 그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제군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군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불복하고 인류의 명령에 복종하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위”라며 그의 발언이 미군에 대한 명령 불복종과 폭력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페트로 대통령의 비자를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콜롬비아 정부도 즉각 반발했습니다. 콜롬비아 외무부는 “비자 취소를 외교적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유엔 행사에서 회원국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유엔 정신에 어긋난다”고 공식 성명을 통해 비판했습니다.
콜롬비아는 그동안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 정부는 페트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좌파 성향 지도자라는 점, 그리고 내년 콜롬비아 대선을 앞두고 미국과의 대립 구도를 의도적으로 부각하려 한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페트로 대통령은 재선이 금지돼 있으나, 미국은 그의 측근이 차기 대권을 이어받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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