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러닝메이트로 나선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이 현지시간 1일 오후 9시(한국 시간 2일 오전 10시) 미국 뉴욕에서 열린다.
통상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 후보는 대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워낙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면서 부통령 후보 간의 토론 결과가 가져올 미세한 여론 변화도 전체 대선판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중서부 ‘흙수저’…완전히 다른 경력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 JD밴스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은 이번 대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미국 중서부의 ‘흙수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난 14일 미국 위스콘신주 슈페리어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 경력을 보면 차이는 두드러진다. 월즈는 24년간 주(州)방위군 복무 후 공립학교 교사, 미식축구 코치를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동네 아재’로 불린다. 밴스는 해병대에 자원 입대해 모은 돈으로 예일대를 졸업하고 벤처 투자가를 거쳐 젊은 나이에 상원의원에 올랐다. 이른바 ‘개룡남(개천에서 용이 된 남자)’이다.
이런 차이는 토론에서 공격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월즈는 밴스를 향해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의 지원으로 경력을 만들었다”며 “또 (자기가 자란) 공동체를 쓰레기 취급한 베스트셀러(『힐빌리의 노래』)를 썼지만, 그건 미국 중산층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난해왔다. 반면 밴스는 월즈가 2005년 제대한 것은 이라크 파병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또 실제 전투 참여 경험이 없음에도 총기 관련 연설에서 무기를 가지고 전투에 참여한 것처럼 발언한 사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대선 후보보다 더 확실한 ‘선명성’ 공방
월즈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밴스의 발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밴스는 3년 전 독신으로 살며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을 비하한 ‘고양이 여성’이란 말을 쓴 사실이 밝혀져 집중 포화를 받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여성의 생식권이 부각되면서 파장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트럼프가 해리스와의 TV토론에서 내놨던 ‘아이티 이주민들이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거짓 주장 역시 밴스가 토론 전날 게시했던 내용이다.
지난 28일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이에 맞서 밴스는 불법이민, 인플레이션 등 바이든ㆍ해리스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월즈를 향해선 1995년 공립학교 교사 재직시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 등 개인적 결점 등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음소거 없는 ‘단판 승부’…양측 모두 실전 연습
이번 TV토론의 규칙은 지난 2번의 대선 후보 토론과 유사하다. 다만 자신의 발언 순서가 끝나면 마이크를 껐던 지난 토론과는 달리 이번엔 마이크가 꺼지지 않는다. 자신의 발언 순서가 아닐 때도 상대 후보의 발언에 반박하며 끼어들 수 있다.
부통령 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CBS 방송 센터 외부에 표지판이 표시되어 있다.
또 이번 토론을 주최하는 CBS는 토론 중 특정 후보가 거짓 주장을 하더라도 토론 중에는 별도의 ‘팩트 체크’를 하지 않기로 했다. ABC가 주최했던 해리스와 트럼프의 TV토론에선 진행자가 사실관계를 즉시 바로 잡는 방식이 적용됐는데, 이 때문에 트럼프는 토론이 끝난 뒤 해리스와 2명의 진행자를 상대로 한 ‘3 대 1 토론’이었다고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양측은 토론을 앞두고 상대 후보 역할을 대역까지 동원하며 철저한 사전 연습을 벌여왔다. 월즈의 경우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밴스의 대역으로 참여한 모의 토론을 진행했다. 부티지지는 밴스와 마찬가지로 아이비리그 출신으로 나이도 비슷하다. 밴스의 경우 공화당 하원 원내수석부대표인 톰 에머 하원의원이 월즈의 역할을 맡아 연습했다. 에머는 월즈와 같은 미네소타 출신으로, 수십년간 월즈를 잘 알고 지낸 사이다.
부통령 후보 간의 추가 토론 일정은 합의되지 않았다. 이번 토론이 마지막 토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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