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 아메리칸 저주

이민 1세의 삶은 고단하다.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긴장의 연속이다. 낯선 땅, 낯선 언어, 낯선 문화, 낯선 시스템 그리고 빈약한 주머니 … 험한 일 마다 않고 밤낮으로 뛰어야 의식주의 모양새나마 갖출 수 있다. 그렇게 악착같이 일해서 살림 늘리고 아이들 공부시켜 번듯하게 독립시키고 나면, 어느새 세월은 흘러 노년. 숨 돌릴 틈 없이 열심히 살아온 인생이다. 그리고 나면 “이제는 나를 위해 살 때”라며 골프, 여행 등 젊어서 못 해본 것들을 즐기며 느긋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이 1세들의 보편적 삶의 모습이다.

중국계 1세들도 다르지 않은데 그들은 특히 사교댄스를 좋아한다. 주말마다 멋지게 차려입고 사교댄스홀에 가서 춤추는 것을 노년의 큰 즐거움으로 삼는다. 지난 21일 음력설 전야를 맞아 남가주의 대표적 중국계 밀집지역인 몬트레이 팍 댄스홀에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60대 70대인 그들 중 11명은 그러나 설을 맞지 못했다. 돌연 생이 끝났다.

총소리, 비명소리, 피 … 밤 10시 넘어 축제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었을 때 후 칸 트랜이라는 남성이 나타나 반자동 소총을 쏘아댔다. 자그마한 체구, 72세, 중국계 베트남 이민 1세. 과거 그 댄스홀 단골이었다는 그가 어떻게 악마가 되었는지, 무엇이 그를 분노로 눈멀게 했는지… 그 자신 목숨을 끊었으니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총기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공공의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요인은 술, 담배, 자동차이다. 음주 흡연 자동차사고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다. 그렇다고 이들을 금지할 수는 없으니 다양한 안전규정들이 도입되었다.
술 담배 구매연령 제한, 판매세 부과, 음주운전 처벌, 흡연의 위험성 경고문 명시 등이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운전면허 취득, 자동차 등록, 보험가입 등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관련 사망률은 크게 낮아졌다.
총기에 대해서도 비슷한 규정이 필요하다. 총기소지 면허를 취득하고 지문을 찍고 신원조회를 거쳐 허가를 받은 후 총기를 구매할 수 있게 한다면 사고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총탄에 스러진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이 땅에 와서 평생 열심히 살았을 이민 1세들이니 더욱 가슴이 아프다. 동병상련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에 있는 총의 저주를 비켜나가지 못했다. 한인사회는 부디 무사하기를 빈다.

<한국일보 권정희 논설위원>

<그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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