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연말까지 킹달러, 환율 1500원 각오해야…한은 10월 빅스텝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 이후 심화한 ‘달러만 강세’에 주요국 통화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 중앙은행이 자국 화폐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 우리나라의 경우 채권시장이 ‘패닉’ 조짐을 보이자 28일 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2조원 규모의 긴급 바이백(buy-back·국채 조기 상환)을, 한국은행은 3조원 규모의 국고채 단순매입을 실시했다.

하지만 정부·중앙은행의 이런 노력은 급한 불을 끄는 차원의 임시방편일 뿐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연준이 고(高)물가를 확실히 잡을 때까지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지속할 것임을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달러 독주를 장기화하며 다른 나라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는 현 상황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진단할까. 조선비즈는 국내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달러 강세 지속 여부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전망, 이에 따른 경제 위기 가능성, 재정·통화 당국의 대응 방법 등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금리 인상 스탠스를 바꾸지 않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대외 악재도 여전히 시장을 억누르는 만큼 달러 초강세 흐름도 연말까지는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넉넉하고 대비 태세를 잘 갖추고 있어 지금의 킹달러(King Dollar·달러화 강세)가 경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아 환율 쇼크와 실물 경기 붕괴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또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주가와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9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화면에 주가와 환율 정보가 표시돼 있다. 

◇ “연말까지 킹달러…원·달러 환율 1600원까지 가진 않을 듯”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지금의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당장 그 흐름을 뒤바꿀 만한 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러 강세 진정의 조건을 “미국 고용시장이 냉각돼 인플레이션이 안정화하거나,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되리란 기대가 높아지거나, 중국의 봉쇄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에 변화가 생길 때”로 제시했다.

주요 변수의 전개 흐름을 고려할 때 킹달러 현상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을 괴롭힌 뒤 서서히 진정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무뎌지는 시기를 올해 말이나 내년 1분기로 보고, 난방 수요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겨울철에 극대화한 후 점차 약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유럽 악재의 바닥 신호도 올해 말에서 내년 1분기로 본다”며 “그렇다면 달러 강세 역시 연말 또는 내년 초부터 반락할 수 있다”고 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내년에 미국 경기 침체와 함께 달러 가치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교수는 “국제결제은행 평가에 따르면 달러 가치는 2022년 8월 기준 30% 과대평가됐는데, 이는 미국 경제가 정말 좋다고 평가받던 2000년쯤 나타난 현상”이라며 “당시 정보기술(IT) 혁명으로 모든 분야 생산성이 증가했으나 이후 닷컴버블이 무너지면서 달러 가치는 40% 하락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그 때만큼 경제가 좋지도 않기 때문에 내년에 침체가 오면 달러 가치는 더 빨리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이 내 전망보다 높긴 하지만 금융위기 때 수준인 1500~1600원까지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화 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우리 통화 당국의 기조가 좀 더 공격적인 긴축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 교수는 “미국은 금리를 한 번에 75bp(1bp=0.01%p)씩 인상하는데 한국은 계속 25bp씩 가겠다고 하니 통화 가치가 폭락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은행이 이런 통화 정책 기조를 연말까지 이어가면 시장에는 더 큰 부담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 “환율 급등,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 상황이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보유고 등 기초 체력이 뒷받침하고 있어 환율 급등 자체가 시스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원화 유동성 문제가 환율 상승을 추가적으로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환율 쇼크가 금융 시장 불안을 불러오고, 실물 경기 악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김영익 교수는 “환율 급등으로 인해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 “2분기 현재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은 3861억달러이고,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23.4% 수준”이라며 대외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최석원 부문장도 “외환보유고, 외채 규모, 특히 단기 외채 비중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쳐오면서 과거보다 대비를 충분히 해놓은 상황”이라며 “최근 성장성이 취약해진 것으로 보이지만 안정성과 건전성은 양호하다. 내부적인 시스템적 위기, 특히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했다. 박성욱 연구위원 역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좋아졌다”며 “환율 급등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건 맞지만, 이게 시스템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다만 성태윤 교수는 “환율 쇼크는 외환시장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산이 들어가 있는 시장도 불안하게 만든다. 실물 경기까지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통화 가치 하락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회복되거나 수출이 회복될 여지가 많지 않다는 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 하강기 등 한국의 외화 획득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윤덕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경상수지 흑자를 위협하고 환율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한국은행, 10월 ‘빅스텝’ 불가피”

대부분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빅스텝 행렬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한·미 금리 격차를 최소화해야 할 뿐 아니라 1400원을 넘어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을 방어하려면 한국은행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최석원 부문장은 “올해 남은 2차례 금통위(10월과 11월)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각각 0.5%p씩 인상해 연말 금리가 연 3.5%에 도달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대외 여건이 빅스텝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바뀌었음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겠다고 한 전제 조건이 바뀌었다”면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앞서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들의 연말 최종금리 중간값은 4.4%, 내년 금리 전망은 4.6%로 높아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0.75%p 올리고 11월 회의에서 최소 0.5%p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최 부문장은 “이창용 총재는 기준금리 100bp 역전까지 용인한다고 했지만, 연준이 연말까지 정책금리를 약 4.5% 수준까지 올리는 것으로 예상한다면 최소한 금리차를 유지해야만 대외자금 유출이나 금융시장 불안정 등의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면서 한국은행도 다음달 추가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 측면에서도 빅스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성욱 연구위원은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인상하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서 가파르게 상승하는 여건하에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미국 이외 국가의 중앙은행이 행사할 수 있는 재량 범위는 매우 좁다”며 “특정 수준에 환율을 묶어두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내외금리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연준의 금리 인상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이자 상환이 커져 소비·투자가 위축되고, 이로 인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화당국이 금리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익 교수는 “급격한 금리 인상이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통화당국은 미래를 내다보고 금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준금리 인상은 약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내년 상반기쯤 심각한 소비·투자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시민들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 “韓 정책 대응 무난…과도한 외환시장 개입 바람직하지 않아”

전문가들은 최근 영국 신정부의 감세 방안이 초래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연쇄적 발작 현상을 두고 우리 정부 역시 잘못된 정책적 선택이 일으킬 파장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박성욱 연구위원은 “감세라는 재정정책 방향이 인플레이션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통화정책과 상충할 수 있기에, 영국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에 관한 신뢰가 손상돼 시장의 공격 대상이 될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정책 기조가 아직은 불명확해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석원 부문장은 “국내 정책 당국이 ‘금리 인상, 환율 방어 그러나 경기 침체 감내’인지, ‘금리 인상 폭 제한, 환율 상승 그러나 높은 물가 하의 경기 침체 방어’인지 그 기조가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한국은행·국민연금 통화스와프 체결 등 최근 정부가 내놓은 환율 방어책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성태윤 교수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의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투입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나쁜 정책이라는 것이 아니라, 대세를 바꿀 수 있는 정책은 아니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래픽=이은현

43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은 대체로 충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하기 위한 정부의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은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 연구위원은 “아무리 외환보유액이 많아도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허용하는 가운데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할 만큼 충분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나라의 은행간 현물환 거래 규모만 하루에 100억달러를 넘는 상황에서 특정 환율 수준을 방어하기 위한 개입을 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환보유액을 모두 소진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성 교수와 박 연구위원 등은 “한·미 통화스와프와 같은 국제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익 교수는 결국엔 시장의 자연스런 흐름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주가가 저평가 영역에 들어서면서, 이를 이용한 일부 외국인 투자자금이 국내 시장에 들어와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며 “과대 평가된 달러 가치가 조만간 스스로 떨어지고, 미국 경제의 대내외 불균형을 고려하면 달러 가치 하락 추세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고유의 부동산·가계부채 문제가 뇌관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최 부문장은 “최근에는 크레딧(신용) 부문이 시장의 쟁점이 돼가는 양상”이라며 “만약 국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원화 유동성 문제가 환율 상승을 이끄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외부적 요소들뿐 아니라 국내 부동산 시장의 리스크도 챙겨야 할 때”라고 했다.

(왼쪽부터)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윤덕룡 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 조선 DB
(왼쪽부터)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박성욱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윤덕룡 한국개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 

 

<조선비즈 정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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