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이민정책 반대자에 ‘막말 퍼레이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정부의 이민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인신공격성 막말로 응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관용 정책’을 비판하며 트럼프 행정부에 적극 항거할 것을 촉구한 민주당 의원에게 ‘지능이 낮다’고 맹비난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공식 석상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밀입국자 아동 격리 정책을 비판하는 기자와 막말에 가까운 설전을 벌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5일 트위터에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을 “지능이 특별히 낮은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막말 퍼레이드’가 그들의 수장인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 트럼프 행정부 ‘무관용 정책’에 측근 수모…민주당 의원, 동참 촉구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특별히 아이큐(IQ·지능지수)가 낮은 맥신 워터스 의원이 낸시 펠로시와 함께 민주당의 얼굴이 됐다”며 “그(워터스 의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운동의 지지자들에게 위해를 가하라고 요구했다. 맥스, 소원을 바랄 땐 조심하라!”고 썼다. 맥신 워터스 민주당 의원이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한 데 대응한 것이다.

워터스 의원은 지난 2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만약 식당이나 백화점, 주유소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 각료 중 아무라도 본다면 나가서 사람들을 모아 맞서라”며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들은 더 이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하라”고 말했다.

맥신 워터스 미 민주당 의원이 2018년 6월 2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USA투데이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가운데 최근 백악관 대변인과 국토안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수모를 당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지난 22일 미국 버지니아주 렉싱턴에 있는 식당 ‘레드헨’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던 중 ‘트럼프 행정부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식당 주인의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앞서 19일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을 적극 옹호해 온 커스틴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워싱턴의 한 멕시코 식당에서 기습 시위를 당해 식사를 마치지 못하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워터스 의원은 이같은 상황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워터스 의원은 24일 MSNBC 방송에서도 “나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에게 동정심이 없다”며 “그들은 대통령과 맞서지 않으려고 하지만, 사람들이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시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워터스 의원은 “그들(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때까지 우리는 그들을 괴롭힐 것”이라며 “이것(무관용 정책)은 부도덕하며 틀렸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런 짓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트럼프 행정부, 이민 정책 반대자에 ‘막말’…원색적 인신공격도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정책 반대자들에게 막말과 인신공격을 일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샌더슨 대변인을 내쫓은 식당에 ‘외관이 더럽다. 청소에 집중하라’, ‘외관이 더러우면 내부도 더러울 것’이라는 등 독설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무슬림 7개국 출신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중지하라고 판결한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판사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바트 판사에게 “‘소위’(so-called) 판사의 의견은 터무니없다”, “판사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나라를 열어줬다”, “일개 판사가 미국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등 수차례에 걸쳐 비난을 퍼부었다.

2018년 6월 14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 중 CNN 출입기자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CNN

샌더스 대변인은 백악관 출입기자에게 막말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14일 백악관 브리핑 중 제프 세션스 미 법무장관이 성경을 언급하며 불법 밀입국자 아동 격리 정책을 옹호한 것과 관련, CNN 출입기자와 치열한 설전을 벌이던 중 기자에게 “당신은 간단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코리 르완도스키가 폭스뉴스에 출연해 막말을 했다. 르완도스키는 이날 불법 밀입국자 자녀 격리 정책으로 인해 다운증후군 소녀가 엄마와 떨어져 있다는 발언에 “womp womp(조롱하는 의성어)”라고 답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NYT “트럼프 행정부 막말, 대통령 ‘분노의 정치’ 영향”

이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막말 퍼레이드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의 정치가 미국 전체의 대화 방식을 지배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답지 않은 발언들은 그 측근들의 표준이 됐다”고 20일 전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2016년 대선에서 더 심한 막말을 할 수록 더 많은 관심과 표를 얻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 칼럼니스트 제시카 발렌티는 “미국에서 화난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말하길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됐다”며 “트럼프가 취임한 날 정중함은 사라졌다”고 했다. 크리스틴 포래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불행하게도, 우리는 정중함이 줄고, 무례함이 증가하는 것을 봤다”며 “무례함은 버그나 바이러스와 같이 전염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4월부터 시행한 불법 밀입국자의 자녀를 격리 수용 정책을 두고, 국내외 여론이 악화되자 지난 20일 이를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트위터에 “우리는 이 모든 사람들이 미국을 침략하도록 허용할 수 없다”며 “누군가 (미국에) 들어오면 판사나 법원 소송을 거치지 않고 즉시 그들이 온 곳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고 썼다. 불법 밀입국자를 재판 없이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NBC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불법적이며, 미국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이선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6월 20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밀입국자 부모와 미성년자 자녀를 강제 격리 수용하는 정책을 철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문서를 들어올려 보이고 있다.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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