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이민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은 ‘고독’

미주 생명의 전화 창립 19주년 맞아 상담 집계
속마음 털어 놓을 상대 없어 답답

미주한인들이 이민생활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점은 ‘고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로 창립 19주년을 맞은 ‘미주 생명의 전화’(원장 박다윗 목사)가 17일 공개한 상담 내역에 따르면 미주한인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문제는 고독인 것으로 집계됐다. 어렵고 힘든 이민 생활속에서도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하나 없는 상황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 혼자만 있는 듯한 외로움에 빠지게 해 큰 고독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주 생명의 전화가 걸려온 상담 전화를 내용에 따라 분류한 자료에 의하면 고독은 2016년 6월부터 지난 5월말까지 걸려온 전화 중 전체 3위에 해당하며 총 223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는 같은 기간 1위와 2위에 해당하는 ‘침묵’과 ‘정보문의’에 뒤이은 것이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상담한 내용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9년간 전체 통계를 보면 1위인 침묵을 제외하고는 총 5,125통으로 2위를 차지하는 등 미주 한인들이 마주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고독함’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박다윗 원장은 “고독이 한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이유라는 것은 사람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생명의 전화를 통해 한인들의 ‘소통의 부재’를 해소하고 싶다”고 전했다.

걸려온 전화 중에서는 침묵이 전체 1위를 기록해 주목된다. 2016년 6월부터 지난 5월말까지 걸려온 침묵 전화만 677통이고 19년간 전체통계를 봐도 1만2,507통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한인들이 전화를 걸어 아무말을 하지 않고 ‘침묵’했다.

박다윗 원장은 미주 생명의 전화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정든 고국을 떠나 이역만리 머나먼 곳에 정착해 살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진심으로 털어놓을 사람이 주변에 없는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이민 사회에서 힘들게 버티고 있는 한인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그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자 생명의 전화를 개통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어 “생명의 전화는 익명성과 보편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남에게 털어놓기 힘든 일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혼자 쌓아두지 말고 생명의 전화를 꼭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주 생명의 전화는 지난 17일 LA 한미장로교회에서 창립 19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 봉사단체 관계자 및 후원자들이 참석해 미주 생명의 전화가 지금까지 해온 일을 기념하고 앞으로도 미주 생명의 전화가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기원했다. 미주 생명의 전화는 지난 1998년 6월 LA에서 개통한 이래 지난달 31일까지 19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총 5만1,485통의 전화를 받아 명실상부 미주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아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명의 전화는 호주 시드니 중앙감리교회 목사인 알란 워커씨가 전화 상담을 통한 생명의 구급 운동으로 지난 1963년 처음 시작되었으며 한국에서도 지난 1976년 개통됐다.

미주 생명의 전화는 연중무휴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운영한다. 문의:(213)480-0691, 무료전화 (866)365-0691

<한국일보 정재원 인턴기자>

지난 17일 LA 한미장로교회에서 열린 미주 생명의 전화 창립 19주년 기념행사에서 박다윗 원장과 장기근속 감사장 및 메달을 받은 봉사자와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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