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날은 갈라진 미국의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 하루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현직 대통령이 관례적으로 참석했던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엔 불참하고 지지자들을 상대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미국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경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나의 취임 첫 100일은 미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었다”며 “다가오는 싸움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강력한 국경과 낙관주의를 갖게 됐다”며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인준,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 등을 성과로 꼽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제시한 공약을 환기시켰다. 파리 기후변화협정과 관련해서는 “2주 이내에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으며,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贊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29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반대 집회’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언론과 야당인 민주당 비판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과 취임 이후 지금까지 언론은 (정부에 대해) 온전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며 “언론은 부정직하고 아름답지 못하다”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MSNBC방송과 CNN방송을 지목해 ‘거짓 뉴스’라고 주장했으며, “지난해 언론의 대선 전망은 엉망이었는데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책 집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모인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를 방불케 하는 주장을 내놓을 때마다 적극 환호했다. CBS뉴스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1시간이 넘는 연설의 상당 부분을 언론 비판에 할애하며 장광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오물과 100마일 이상 떨어져 있게 돼 매우 흥분된다”며 “그들(언론)이 오늘밤 우리와 함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反 미국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운데)가 29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환경정책 반대 시위에 참석, ‘기후변화는 진짜다’(Climate change is real)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같은 시간 백악관 출입기자들은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을 개최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은 1921년부터 해마다 열린 행사로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은 1981년 피격 사건으로 수술을 받은 뒤 회복기를 가졌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트위터에 만찬 불참 방침을 공표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선후보들이 대거 참석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으로 이날 행사는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이날 행사에서 언론의 자유와 역할에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은 이날 시민단체인 ‘시민기후행진’이 주도한 시위가 워싱턴과 보스턴 등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들은 기후변화 문제에 무관심한 트럼프 정부의 환경정책을 비판하며 “당신은 햄버거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당신의 손자는 지구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피켓 등을 들고 행진했다. 이날 행진과 시위엔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유명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세계일보 박종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전미총기협회(NRA)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군사 행동과 함께 대화를 촉구하는 등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을 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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