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이라는 말을 발명한 사람도 아니고 거짓말의 챔피언도 아니다. 거짓말이 백악관에서 흘러 나온 역사는 2세기가 넘으며, 거짓말이 정치가의 입에서 – 또는 모든 인간의 입에서 – 흘러 나온 역사는 인간이 대중연설이라는 것을 발명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인간은 권력을 장악하고, 애인을 유혹하고, 적에게 피해를 주고, 진실이 가져다 주는 불편의 눈길을 가리기 위하여 우리 자신이나 타인에게 거짓말을 해왔지만, 인간으로서 우리는 결국 진실을 인정하고 존중해 왔다.
미국에서도 타인을 굴복시키기 위한 거짓말이 오래 전부터 존재했지만 그 거짓말을 인정하고 부인하는 반복적인 역사를 통하여, 진실이 부각되었고, 진실은 정의 및 자유와 더불어 우리의 시민적, 사회적, 지성적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두 기둥이 되었다.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우리 모두가 그것을 알 수 있고, 진실이 확인되고, 진실이 정부의 권위나 대중의 인기에 관련없이 존재하고, 또 사회 전체가 그 진실을 믿게 될 때가 꼭 온다는 신념은 우리 문명 사회의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의 지도자들이 거짓말을 했지만, 그들은 자신이 한 거짓말과 진실의 괴리을 알고 있었다. 리차드 닉슨 대통령이 “나는 비뚤어진 사람이 이니다.”라고 외칠 때에도 그의 말 자체가 자신이 비뚤어진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고, 빌 클린턴 대통령이“나는 그 여인과 성관계를 가진 일이 없다.”라고 했을 때도 그것이 거짓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거짓과 진실의 역사적 관계를 전면적으로 파괴하였다. 그는 자기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짓말과 진실을 정말로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행동하고 대담하게 진실을 무시해 버린다.
그가 이러한 접근 방법으로 대중을 포섭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타고 난 초자연적 대인능력이었다. 그는 말솜씨가 뛰어나거나 노회한 정치인이 아니었으나, 대중의 인기를 끌 사이비 통신이 알려 준 음모론을 선별하거나 때로는 궤론을 스스로 창조하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그는 일반 대중이 마음 속에 품고 있기 쉬운 암담한 좌절, 분노, 미래의 불안감 등을 발췌, 조정하여 그것을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폭발시키도록 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발표한 거짓말 하나가 잘 안먹힐 경우, 다른 거짓으로 꼬리를 이었다.
우리가 마음 속에 숨겨진 인종차별주의를 우려하고 무슬림 극단주의자의 테러를 걱정할때, 그는 해괴한 소문을 조작하여 대중의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에서 태어났다면서, 그러면 그는 대통령이 될 수 없지 않아?” 라는 선동을 예로 들어보자..
— (2012년 8월 6일자 트럼프의 트윗) ‘극히 믿을수있는’ 제보자가 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버락오바마의 출생 증명서가 허위임을 폭로했다. (2011년 8월 31일 트럼프의 트윗) ‘리비야가 버락 오바마의 공개적 협조를 등에 업은 이스람 극단주의자에게 넘어가고 있다.’ —
그의 자존심에 상처가 갔을 때 — 예를 들어 자신의 취임식 뉴스 필름이나 사진으로 보도된 참가자 규모가 그가 원하는 것보다 작았을 때 — 트럼프는 그 뉴스 매체가 ‘허위보도’를 보도했다고 공격했고, 공식적으로 나타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그들이 거짓말하는것이 나한테 꼼짝없이 잡혔지’라고 트윗함).
그가 시도했던 회교도인들의 미국 방문 억제책이 큰 웃음거리가 되고 행정부의 무능을 나타내는 재료로 전락하자, 그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뉴스매체가 테러의 공격을 축소 보도한다는 허위 주장을 펼쳤다. (백악관이 뉴스매체의 축소 보도의 실예로 거론한 2015년 샌버나디노 테러사건은 실상 전 세계적으로 뉴스의 초점이 되었으며, 본보는 그 보도로 퓰리쳐상까지 받았다.)
그는 대중이 자신을 의심한다고 느끼는 순간, 예를 들어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간섭여부를 조사하는 것이 걱정되었을때, 한밤 중에 ‘오바마 대통령이 자기의 통화를 도청했다’는 헛소리같은 트윗을 내보낸다.
또 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찾는데 실패하자, 그는 보좌관에게 다음과 같이 해명을 시킨다. 즉 “그가 언급한 ‘전화 도청’은 꼭 전화 통화를 도청했다는 의미만은 아니다”라고. 다시 말해서 트럼프는 본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판명됐을 때에도, 그 허위 주장을 취소하지 않고, 대신 해괴한 해명을 발표하고 그 해명이 미래에 언젠가는 사실로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어정쩡한 여운을 남긴다.
트럼프가 허위 사실을 쉽게 넘기기 위한 연극은 때로는 희극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이 전에 유엔 본부에서 한 우스꽝스런 연설과, 또는 6살짜리 어린아이의 자작 변명극과 같은 맥락을 보인다.
그러나 그가 단지 우스꽝스럽기만 하다면 문제가 별로 심각하지않지만, 그의 행위는 나라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선별하는 허위 사실이나 그 사실을 뱉어내는 방법을 보면, 그의 사고 단계를 추측할 수 있고 또 그가 보좌진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그의 트윗을 읽어보면, 그가 마치 24시간 밤낮으로 라디오 리시버를 귀에 꼽고 지내는 사람처럼 보이고, 또 3류 잡지 정도의 블로그에서나 접할 수 있는 허접한 이야기를 싸구려 톡쇼 진행자 입을 통해 듣는 순간, 번쩍 영감을 얻은 듯이 컴퓨터 자판을 두들긴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많다. 그의 이런 행동을 보면 그가 거짓말 선수라기 보다는 자기보다 단수가 높은 거짓말쟁이의 꼬임에 빠져 그 하수인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을 준다.
그는 자신을 미치광이 블로거, 돌팔이 정치인, 극단적 이론가, 적성국가 지도자 등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그들이 팔려는 이야기를 다시 포장하여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리트윗하던가, 그들의 말대로 정부 보직을 임명하던가, 행정 명령이나 정책으로 이용하고있다. 법원이나 의료계에서 통용하는 기본 원칙인 사실 확인의 중요성, 증거 지상주의, 증거 확인 절차 등이 백악관에서도 적용되어야 하지만, 그는 이러한 용어 자체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는 사실을 자기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고 믿는 정신적 파산자들이 항상 존재하였다. — 예를 들어 “9-11사태가 내부자 소행이었다”는 궤변자 등등 —
그러나 트럼프의 취임은 이러한 궤변의 문화가 백악관에 처음으로 입성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는 우리 국민이 뽑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정확한 대답을 모른다. – 즉 단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하여 거짓말을 하는 마키아 벨리적 흥정가인가, 아니면 그 자신이 단순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가.
그러나 우리가 그 대답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결과적으로 그는 일반 대중과의 대화나 정책수립에서 ‘진실’이 차지하는 역할을 약화시키고 ‘진실’은 확인되어야 하고 상호 이해되어야 한다는 개념을 파괴했기 때문에, 결국 미국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 확실하다.
앞으로 수 개월에 걸쳐 트럼프는 이러한 궤변적 사실로 마음을 무장하고 중국이나 북한, 또는 우리와 이해관계가 상충하고 우리의 존재를 위협하는 다른 나라들과 우리의 국익을 위하여 협의에 들어갈 것이다.
또 국내에서는 트럼프는 인기주의 개념 (우익뿐 만 아니라 좌익 진영에도 뿌리가 내려 있는)의 상징이 되어, 확인되어야 할 진실은 단지 고리타분한 지식인이 발명한 정의에 불과하다고 부정하고, 인기주의에 영합한 지도자는 얼마든지 왜곡된 진실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개념을 대중에게 주지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치가를 잘 알고 있고, 이들을 ‘선동정치가’라고 불러왔다.
우리의 현대 문명을 정의하는 것 중의 한 가지가 절제된 훈련이다. 특히 과학, 법률, 저널리즘의 분야에서 적용되는 방법론으로, 진실에 도달하기 위하여 체계적인 연구, 시험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민주주의적 시민의 되려면, 이와 유사한 방법론을 정치가에게도 부과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충실한 시민은 정치적 가설을 시험해야 하고, 지도자에게 질문을 하고, 구체안에 대하여 토론을 하고, 정부 주장의 진정성을 조사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확인해 보고,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생각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조사하고, 읽고, 쓰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조롱, 무시하는 정치가를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
진실과 리얼리티 TV쇼를 구분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증거가 없는데도 허위 사실을 진실이라고 계속 우기는 정치인은 절대 믿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제시된 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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