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건설·오바마케어 폐지·세제개혁 등 현안마다 의견대립 첨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의회 합동연설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으나 주요 현안마다 미국 내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갈 길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경 장벽 건설, 건강보험, 세제개혁 등 주요 사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대로 공언한 대로 관철하려면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의 반대 의견도 극복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1일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의회 연설을 마치자마자 이번 연설을 공화당 지도부로부터 지지를 끌어내는 계기로 삼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의회 주요 인사들과 1일 오찬 자리를 갖고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정책 실천) 과정을 시작하려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공화당 상원 ‘넘버2’인 존 코닌 원내총무는 이날 모임에서 당장 결론을 끌어내기보다 상하원과 백악관이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에 집중했다면서 “이 일을 마칠 유일한 방법은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는 좀 더 부드러운 어조로 누그러뜨렸더라도 관점과 태도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가 펼칠 정책에 회의적인 목소리는 민주당 내에서 여전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NBC ‘투데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연설처럼 통치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연설은 하루 이틀이면 잊힐 텐데 그의 행동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MSNBC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그럴듯한 제품을 내세워 손님을 끌어들이고 나서 비싼 물건을 팔아치우려는 ‘미끼 상술'(bait and switch)에, 트럼프 대통령을 ‘좋은 세일즈맨’에 빗댔다.
주요 현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의회의 현실을 비교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멕시코와 맞댄 남쪽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곧 건설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재정적자 감소를 중시하는 공화당 강경파들은 수십억 달러의 건설비를 대려면 다른 예산을 줄이거나 새 재정수입을 창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이 장벽 아이디어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예산안 상원 통과에는 60표가 필요한데 공화당 의석수는 52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공언한 대로 공공인프라 개선·확충에 1조 달러를 투자하려면 역시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하나 재정 매파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워 보인다
짐 조던(공화·오하이오) 하원의원은 이 계획을 지지하기에 앞서 상세한 계획과 자금조달 체계를 살펴보겠다면서 “우리는 20조 달러의 빚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ACA)의 폐기를 촉구했지만,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연설 전에 “건강보험 체계가 너무 복잡하다”고 인정했고 공화당 강경파들은 당 지도부에서 내놓은 대안까지 ‘새로운 연방 복지 프로그램일 뿐’이라고 반대하고 있어 의견이 한데 모이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적인 세제개혁안을 만들고 있다”며 기업과 중산층에 대한 세금 경감을 언급했으나 복잡하고 광범위한 세제에 섣불리 손대기 어려울뿐더러 이미 논의 중인 국경세 조정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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