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20여건으로 무역·국경·입국장벽 쌓고 현존 세계질서 부정
자유·관용의 전통 배척한 위헌적 조치에 ‘대대적 저항’ 움직임
(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보름은 거대한 혼돈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취임 직후부터 쏟아낸 20여 건의 행정조치들로 인해 ‘트럼프 시대’를 전후한 미국과 세계질서의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아웃사이더’인 그의 파격 행보를 누구나 짐작했지만, 누구도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
불과 보름 만에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겹겹의 빗장을 치면서 세계는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는 취임사에서 예고됐다.
미국과 세계의 실상을 ‘살육’ ‘고갈’ ‘황폐’ 등 암울한 언어로 진단하며 “새로운 비전이 우리 땅을 다스릴 것이다. 오늘부터 오로지 미국이 우선”이라고 외친 그의 취임사는 국수주의의 매니페스토(선언)였다.
이어 행동이 뒤따랐다.
오바마케어(건강보험) 폐기를 겨냥한 행정명령 서명으로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은 곧바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위한 행정조치들로 이어졌다.
초유의 무역→국경→입국장벽의 현실화였다.
전임 대통령이 최고 업적으로 꼽은 건강보험을 백지화함으로써 국내적으로 전통을 단절하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안보 동맹에 기초해 미국이 구축한 세계질서를 스스로 부정한 도발적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트럼프의 놀라운 조치들이 미국을 ‘정치적 내전’ 상태로 빠뜨리는 동시에 세계를 충격과 혼란으로 밀어 넣은 점이다.
충격적 조치의 정점을 찍은 이슬람권 7개국 국민에 대한 90일간 입국 금지, 즉 ‘반 이민’ 행정명령은 당장 해당국 입국자들의 억류사태를 낳으며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미국을 쪼개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테러예방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지만, 여당인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들조차 “이번 행정명령이 미국 안보를 개선하기보다는 테러리스트 모집을 더욱 돕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16개 주 법무장관들이 “비미국적이고 헌법위반적”이라는 공동성명을 낸 데 이어 1천여 명의 미 외교관들이 반대 연판장을 돌렸으며, 연방공무원 200여 명은 ‘불복종 워크숍에 참석하기로 하는 등 정권 출범 보름 만에 대대적인 저항 움직임이 시작됐다.
벌써 ‘트럼프 탄핵’이 거론될 정도다.
그런가 하면 트럼프의 ‘폭주’는 세계를 혼돈으로 밀어 넣었다.
유럽과 함께 전후 세계 자유질서를 주도해온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하루아침에 ‘닫힌 제국’으로 돌변하면서 동맹과 국제조약, 관용 등 국제적 공생의 틀과 가치는 벼랑 끝에 몰린 형국이 됐다.
이처럼 그가 인종·종교 차별의 ‘화약고’를 건드리고 자유무역질서를 내던지면서 세계는 더욱 불안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의 고립·폐쇄주의가 전염돼 각국이 저마다 국익 우선의 각자도생으로 내달린다면 미국이 지난 16년간 구축한 대(對) 테러 방어전선 등 안보 공조는 오히려 약화하고 무역 갈등은 한층 첨예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선동적 수사와 졸속으로 마련한 행정명령이 이라크를 포함한 우방을 멀어지게 하고, 미국의 중동 개입을 십자군 전쟁이라고 비난해온 테러조직에 선전 거리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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