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고문 스티브 배넌 ‘반이민’ 선봉장

‘무슬림 입국거부’행정명령 주도
국무·법무부 최종순간에야 통보…국가안전보장회의 합류 논란도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거센 혼란과 반발을 불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은 ‘트럼프 오른팔’로 불려온 극우 성향의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고문 스티브 배넌 작품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배넌을 비롯한 소수 측근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올 중대 정책을 결정하는 동안 주무부처는 논의에 참여하기는커녕 제대로 알지도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무슬림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임시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구상한 것은 이미 대선 기간부터였다. 2015년 샌버나디노 총기 테러 이후 트럼프는 ‘무슬림 전면 입국금지’ 공약을 들고 나와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이후 선거과정에서 이 공약은 후퇴하는 듯했으나, 이민정책에 매우 강경한 입장인 배넌이 이 공약을 현실화하는 데 적극적이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배넌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보좌관 등 소수 측근들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공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작업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무부와 법무부, 국토안보부 등 주무부처의 참여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심지어 트럼프가 임명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도 트럼프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야 최종안을 열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정명령에서 무슬림 7개국 출신의 미국 영주권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국토안보부의 의견도 배넌의 반대로 묵살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로이터는 배넌이 행정명령 추진 과정에서 주된 ‘동력’이었다며, 트럼프 취임 10일간 배넌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배넌은 이례적으로 미국의 국가안보 사령탑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당연직 위원으로 합류하기도 했다. 안보에 경험과 전문성이 없는 데다 극우·인종주의로 논란을 빚은 배넌을 국가안보 최고 회의체에 참여시킨 것을 두고 곧바로 논란이 제기됐다.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은 배넌의 NSC 합류를 두고 “본 적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NSC 보좌관도 “완전히 미친 일”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한 배넌은 공동창업한 브레이트바트뉴스를 통해 이민반대와 유대인·무슬림 반대 등을 표방하며 ‘대안 우파’로 부르는 극우운동의 선봉에 서왔다.

백악관 입성 이후에도 최근 언론을 향해 “당분간 입을 닫고 듣기만 하면서 지내야 한다”고 주장해 반발을 불러왔다.

뉴욕타임스는 ‘배넌 대통령? (President Bannon?)’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도 역대 대통령에게는 막후 참모들이 많았지만, 배넌처럼 ‘노골적으로’ 힘을 축적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배넌의 NSC 참가에 대해 “배넌에게 국가안보 정책 결정에서 공식적인 역할을 줌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단순히 전통을 깬 정도가 아니라 국가안보를 정치화하는 위험을 받아들이거나 그렇게 한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평했다.

한편 배넌과 밀러 위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영향력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트럼프 외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의 ‘지문’ 역시 묻어있다며, 세션스가 트럼프의 강경 조치의 ‘지적인 대부’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배넌은 브레이트바트에서 오랫동안 세션스에 대한 우호적인 기사를 써왔으며, 밀러는 세션스의 최측근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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