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인 1만명, 美 인도주의 이민정책 중단에 멕시코서 발 묶여

9월부터 인도주의 비자 프로그램 중단…임시캠프서 6천500명 거주

(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미국이 인도주의 차원에서 아이티인들에게 적용했던 비자 프로그램을 최근 중단하면서 수많은 아이티인이 멕시코에서 발이 묶였다.

9일(현지시간) 멕시코 일간 라 호르나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2010년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에 따른 비상사태 종료를 이유로 지난 9월 22일부터 아이티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비자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간 미 미국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자국 내에 있는 아이티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추방도 유예했다. 지금도 미국에는 2천500여 명의 아이티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추방되기에 앞서 수용 시설에 갇혀 있다.

미국의 비자 프로그램 중단으로 아이티인 1만여 명이 미-멕시코 국경에서 미국 입국을 허용하는 비자발급을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다.

멕시코 이민 당국 관계자들은 “멕시코 국경에서 체류 중인 아이티인들은 미국으로부터 비자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국행이 좌절된 이들은 멕시코 정부에 망명자 지위를 신청할 예정이다.

아이티인들이 불어나자 자선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멕시코 국경도시인 티후아나와 멕시칼리에 6천500명이 머물 수 있는 임시 천막 캠프를 설치했다. 임시캠프에 머무는 아이티인들의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10월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로 아이티가 큰 피해를 본 뒤 미국 등 북미로 향하는 이민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민단체들과 멕시코 지방 정부는 아이티인 집단 캠프의 시설이 열악해 건강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 다른 인도주의적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가 반 이민정책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미국은 물론 멕시코 연방정부와 외교당국은 이 같은 경고에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멕시코 이민청은 지난 3월부터 남부 인접국인 과테말라에서 넘어오는 아이티인들에게 통과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이는 작년 말과 올해 초에 미국행 중남미 이민자들이 일부 중미 국가의 국경봉쇄로 오도 가도 못했던 사태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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