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이 ‘가짜 미 대사관’ 10년 운영하며 비자 장사

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의 한 인적 드문 골목길에 분홍색 페인트칠이 군데군데 해진 건물이 보인다. 미국 국기를 게양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여권과 미국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이 곳은 미국 대사관이 아니다. 가나에서 10년 동안 가짜 미국 대사관을 운영하며 위조 여권과 비자를 팔아온 터키인과 가나 변호사 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일당은 단속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며 10년 동안 가짜 대사관으로 영업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들은 단속 정보를 흘려주는 것은 물론 위조 문서를 만드는 데 쓰일 공문서 양식까지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에는 단속정보를 입수해 잠시 가짜 대사관 문을 닫기도 했다.

관공서로 위장해 가짜 여권과 비자를 판 이들의 범죄행각에 현직 검사도 가담했다. 이 검사는 경찰이 위조문서를 만드는 시설을 급습하려 하자 다른 소송 건에 연루된 건물이라며 급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이 건물은 어떤 소송과도 연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검사의 거짓말로 시간을 번 일당은 위조문서를 만드는 시설에 들러 돈과 위조문서들을 찾았다.

가짜 대사관은 전단지까지 뿌려가며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였다. 가나와 인접한 코트디부아르, 토고 등에서도 전단지를 보고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다. 먼저 연락을 하지 않고 대사관으로 알고 오는 이들에게는 비자와 여권을 팔지 않았다. 위조 문서를 만드는 건물은 아크라 외곽에 2개를 두고, 가짜 대사관에서는 월요일과 화요일, 금요일 오전 7시30분부터 정오까지만 위조 여권과 비자를 팔았다. 경찰의 급습으로 10개국 150여개 여권과, 미국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취업비자 등이 적발됐다.

가나 경찰은 일당 중 일부만 검거했으며, 현장에서 달아난 이들에게는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위조 여권과 비자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 입국했는지는 가나 경찰과 미 국무부 모두 밝히지 않았다.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에서 일하길 원하고, 이런 사람들에게 위조해 만든 여권과 취업비자 등을 비싸게 파는 것이 범죄조직의 수익모델이 되고 있다. 이번에 체포된 일당은 위조 여권과 비자를 건당 6000달러에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에도 아크라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적발됐다.

<그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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