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안되니 힘으로라도…트럼프, ‘전례없는’ 대선불복 시도

선거인단 확정 앞두고 공화 의원들 불러 ‘선거결과 뒤집기’ 압박
개인 변호사 줄리아니, 기자회견 열어 부정선거 음모론 설파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유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선거인단 확정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대선 불복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이젠 대통령 권한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갖은 방법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하는 것이다.

미시간주 등 경합주에서 당선인 확정이 연기되도록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에게 개인적인 압박을 가하는 한편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는 기자회견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선거인 확정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공세를 높이고 있다.

경합주별로 시한은 다르지만 대부분 다음 주 안에 개표 결과를 승인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특히 미시간주에 집중하고 있다. 미시간주는 바이든 당선인이 15만7천표차로 트럼프 대통령에 앞선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미시간주 의회의 공화당 소속 마이크 셔키 상원 원내대표와 리 챗필드 하원의장을 초대했고, 20일 오후 백악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AP통신은 “대통령이 바이든 당선인의 득표를 승인하지 않도록 주 선거관리위원회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입법부(주의회)가 선거인단을 선출하게 될 것”이라고 해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17일 저녁엔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 개표참관인위원회의 공화당 측 위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이런 전략은 일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 웨인 카운티 위원들은 바이든 승리 인정을 막판에 동의했으나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선 다음 날 다시 입장을 번복했다.

애리조나에선 트럼프를 지지하는 카운티에서 투표 확정이 지연되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법률팀의 전략은 선거인단이 아니라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에서 친(親)트럼프 선거인을 선출토록 하는 것이다.

 

대선 관련 기자회견 하는 줄리아니 변호사
대선 관련 기자회견 하는 줄리아니 변호사

(워싱턴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의 공화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선거 사기’ 주장의 수위도 높여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조직적인 선거 사기,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 측은 19일 변호사 줄리아니 등 법무팀을 총동원해 기자회견까지 열어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캠프의 법률고문인 제나 엘리스와 시드니 파월 등도 참석했다.

줄리아니는 워싱턴에 있는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애틀랜타, 디트로이트, 밀워키,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선거 사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기꾼들이 미국인으로부터 선거를 훔쳐 가게 할 수 없다. 국민은 트럼프를 뽑았다. 바이든은 뽑지 않았다”며 “사기행위로 인한 투표, 불법 투표용지들이 허용됐기 때문에 바이든이 앞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선 결과가 베네수엘라와 연관돼 있다는 음모론도 언급했다.

파월 법률고문은 도미니언 개표기를 사용하고 있는 여러 주가 “(베네수엘라 독재자인)우고 차베스가 절대로 선거에서 질 수 없도록 만들어진 베네수엘라의 선거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도미니언사(社)의 개표기가 활용된 곳에서 선거 부정이 일어났다는 주장을 소셜미디어 등에 퍼뜨리고 있지만 이들은 정작 대선 전에는 이런 주장을 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전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 보안국 국장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전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 보안국 국장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결과에 승복하는 방향으로 기우는 이들을 제외하면서 내부를 단속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저녁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동참하지 않은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안보국장을 해임한다고 트위터로 발표했다.

그는 또 바이든 후보 승리를 인정한 공화당 소속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를 트위터에서 공격했고,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에게는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라고 전화와 트위터로 압박했다.

어떻게든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방위 시도에 대해 미 언론은 우려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 권한을 총동원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미 역사에서 전례가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고, AP통신은 “소송에서 잇따라 패한 트럼프 대통령 측이 결과를 뒤집기 위해 광란의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레브스 전 국토안보부 사이버·인프라 보안국 국장은 줄리아니의 이날 기자회견을 접한 뒤 트위터를 통해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하고 정신 나간 1시간 45분짜리 기자회견 방송”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밋 롬니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저녁 성명에서 “사기 주장을 설득하지도 못하고 법원에 호소하지도 못했다. 대통령이 이제는 각 주 당국에 국민의 뜻을 뒤집고 선거 결과를 뒤엎으라 압박한다”면서 “이보다 더 나쁘고 비민주적인 현역 대통령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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