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지각변동? 미 대선 앞두고 대법원에 전운

‘진보 아이콘’ 긴즈버그 대법관 잦은 병원행에 건강 우려 커져
공석 가능성 거론 속 트럼프 ‘보수 대법관 후보 목록’ 준비

미국에서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87) 연방대법관의 병원행이 최근 잦아지면서 연방대법원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긴즈버그는 종신직인 연방대법관 9명 중 최고령이다. 그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암이 재발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은퇴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고열과 오한 증세로 입원했다가 퇴원했으며 당시 종양 치료를 위해 삽입한 스텐트를 제거하는 수술도 받았다.

앞서 5월에도 입원한 바 있으며 작년 11월에는 장염으로 재판에 불참했고 그달 말에는 오한과 고열로 입원했었다.

그의 건강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갑자기 물러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 후임자를 지명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포함해 보수 성향 5명 대 진보 성향 4명 구도인 대법원 구성이 보수 6명, 진보 3명의 확실한 보수 우위로 바뀐다. 그동안 사안에 따라 로버츠 대법원장 등 일부 보수 대법관이 진보 측에 동조해 ‘균형추’ 역할을 했지만, 보수파가 장악하면 이런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진다.

다만 긴즈버그는 자신이 빠지면 사법부 지형이 바뀐다면서 은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2016년 대선에서 보수 진영 표를 모으기 위해 법원 이슈를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보수 판사를 대거 임명, 사법부 보수화를 가속했고 올해도 대선을 앞두고 대법원 문제를 꺼내 들었다.

그는 6월 대법원이 자신의 반(反)이민 정책에 빗장을 거는 판결을 하자 “우리는 새로운 대법관이 필요하다. 이 목록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새로운 대법관 후보군 목록을 9월 1일까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2월 보수파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타계해 공석이 되자 퇴임을 앞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진보 성향 후임자를 지명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했다.

 

결국 수개월 공석 끝에 대선을 치르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이 지명됐다.

2018년에는 당시 82세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고령과 건강을 이유로 퇴임, 젊은 보수 판사인 브렛 캐버노가 뒤를 이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긴즈버그의 건강에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긴즈버그가 지난달 입원하자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관 공석을 대비해 신속하게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의 남은 임기에 대법원 공석이 생길 경우 후속 인준 과정은 예측이 쉽지 않다.

인준의 키를 쥔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2월 폭스뉴스에 대법원 공석 시 “우리는 그것을 채울 것”이라며 신속히 후속 인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원 법사위원장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동료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할 경우 레임덕 상황에서 대법관 공석이 생긴다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후임자 인준을 강행한다면 민주당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은 사회 전 분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법관 지명을 놓고 정치권은 첨예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내놓을 보수 대법관 후보 목록과 함께 대선 목전에 대법원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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