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방심에 지옥 같은 고통 겪었다”

LAT 유명기자 플래스키의 코로나 경험담
4개월간 조심했지만 잠시 친구 만나 걸려, 튼튼했던 체력 허사…극심한 몸살·무기력

“코로나19는 그냥 통계수치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당신을 덮칠 수 있는 실제로 아주 위험한 바이러스입니다”

스포츠에 관심 있는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LA타임스의 유명 스포츠 칼럼니스트 빌 플래스키 기자가 최근 칼럼을 통해 한 경고다. 자신이 “정말 잠깐의 방심으로 감염됐었다”며 “지옥과 같은 극심한 고통 속에 불안과 공포가 가장 힘들었다”고 코로나19 감염 경험담을 털어놨다.

지난 1996년부터 지금까지 24년째 LA타임스를 대표하는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플래스키 기자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듣던 그대로 정말 무서웠다”고 감염 이후 끔찍한 경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그의 칼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모든 안전수칙을 지키고 외출을 자제하며 생활해왔다. 하지만 어느날 의자에서 침대까지 가기 힘들 정도로 극심한 피로감과 무기력함을 느꼈고, 이내 증상이 심각해지자 검사를 받아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

플래스키에 따르면 그는 지인들 중에서도 가장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건강했었고, 지난 4개월동안 사람이 많은 드라이브웨이 해피아워 식당, 칵테일 파티, 교회, 심지어 마켓 샤핑까지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철저한 거리두기를 지켰지만 코로나19는 아주 짧은 순간의 방심을 틈타 그를 공격해왔다.

그는 감염 증상이 나타나기 일주일 전, 4개월만에 처음으로 지인들과 거리두기 조치가 준비된 식당 밖 야외 페티오 테이블 두 곳에서 식사를 했다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었고, 바로 그때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것이라 추측했다. 이후 증상은 7월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LA 카운티 내 발생한 5,000여명의 사망자 중 한 명이 아니며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면서도, 겪은 증상에 대해 “아주 특이하고 심각한 몸살”이라고 표현하며 “코로나19에 감염되기 전 들었던 수많은 경험담을 뼈저리게 체감하게된 계기”라고 전했다.

그의 하루는 제발 증상이 나아지길 기도하며 53번 체온을 재고, 한시간 마다 산소포화도 측정기에 손가락을 넣고 숫자가 오르기만을 애원하는 일로 가득 찼었다고 전했다. 밤에는 유독 증상이 심각해지고, 아무도 간호를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 외로움은 극에 달했으며, 의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했기에 혼자서 투병을 해야 했다.

그는 “밤마다 어둠속에서 숨이 안쉬어지고, 눈물 젖은 배게에 끊임없이 기침을 뱉어내고, 열이 102.1도에서 103.1도로 올라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라고 매일의 사투를 묘사했다.

그는 지난 4개월간 수차례 코로나19가 스포츠 업계를 셧다운 시켰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다가 결국 자기 자신 또한 바이러스로 인해 셧다운 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동안 내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적어온 모든 글자들이 살아서 내 혈관으로 타고 들어 온 것만 같았고, 타인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곧 내 자신을 위한 기도로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플래스키는 코로나19는 단순한 통계숫자가 정치적 논란거리가 아니고 위험은 실재하는 것이라며 모두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구자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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