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유학생 추방조치”

연방 이민 당국이 지난 6일 온라인 수업만 듣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비자를 취소 및 신규 발급도 중단하고 미국에서 추방할 계획을 발표하자 LA 지역을 비롯한 미국 내 한인 학생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의 수가 가장 많은 USC의 경우 올 가을학기 수업을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한 가운데 이같은 상황의 대학들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들은 7일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이런 충격적인 발표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한숨을 쉬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칼스테이트 계열대 23개 캠퍼스는 이미 모두 올 가을학기를 전면 온라인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한 바 있어 별다른 조치가 없는 한 칼스테이트 계열대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들은 사실상 모두 짐을 싸 한국으로 귀국해야 할 상황에 몰리게 됐다.

이와 관련 한 사립대에 재학중인 한인 유학생 김모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가 폐쇄되었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을학기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하며 버텨왔다“며 ”가을학기에 온라인수업만 제공한다는 학교 발표에 이어 미국에서 추방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고 호소했다.

가을 학기 수업을 앞두고 미국 입국을 준비 중인 한 유학생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학교가 온라인 수업만 제공해 비자발급이 중단되어 미입국 자체가 불허된다며 일방적 갑질”이라고 분통을 터트렸고, 미국에 체류 중인 다른 유학생은 “친구 5명과 일년치 아파트 렌트비를 다 냈는데 한국으로 돌아가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유학생 학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학생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면 수업을 부활하거나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수업을 도입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인 유학생들은 하이브리드 수업이라도 해도 수강과목 제한이 많아 현실적으로 요구하는 대면수업을 수강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지금은 학교가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스트릿저널은 7일 이번 조치로 미국 대학들도 바이러스 전염 위험에도 대면 수업을 할지, 아니면 외국에서 온 유학생 포기를 감수해야 할지 곤경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USC나 하버드대처럼 이미 원격수업 방침을 정한 학교는 강의계획을 바꿔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학교에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들도 세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다수 유학생은 코로나19로 봄 학기 교실 문이 닫힌 이후에도 수업 재개를 기다리며 미국에 계속 머무르고 있는데 이 중에는 여행제한 조치 탓에 귀국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본국에 돌아간 유학생 중 중국, 브라질, 유럽 출신 학생들은 미국의 입국금지 조치에 막혀 언제 학교로 돌아갈지 기약이 없다.

게다가 새로 입학하는 유학생들은 세계 곳곳의 미 영사관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가을 학기 시작 전까지 비자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 발만 구르고 있다.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1,800개 대학으로 구성된 미교육협의회(ACE)와 63개 연구중심대학 기구인 미대학연합(AAU), 239개 공립·주립대가 속한 공공대학연합(APLU)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를 성토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 등이 7일 보도했다.

테드 미첼 ACE 회장은 “득보다 실이 많고, 더 많은 문제만 야기하는 끔찍한 조치”라며 이번 정책은 코로나19 사태로 교육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에 해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이은영 기자>

USC 등 대학 재학 한인 유학생들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로 문을 닫은 USC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짐을 옮기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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