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어떤 미국이 선택될 것인가

12만8100명. 7월1일 기준 미국에서 현재까지 코로나바이러스로 숨진 사람의 수다. 9·11 테러로 사망한 미국인이 2977명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9·11의 40배 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매일 4만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종식은커녕 바이러스를 과연 통제할 수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1918+1929+1968=2020”이라는 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라고 느끼지 않는 듯하지만, 사실 지금 미국 사회는 세가지 큰 위기에 봉착했다. 1918년에 스페인독감 팬데믹으로 최소 67만명의 미국인이 숨졌을 때에 버금가는 공중보건 위기, 1929년 시작된 대공황으로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은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 여기에 1960년대 폭발적으로 진행된 민권운동을 연상케 하는 인종차별 규탄 시위까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11월 대선을 치른다.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후보로 내세운 민주당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코로나19 이후 미국이 맞이할 뉴노멀의 비전을 두고 두가지 전혀 다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닫힌 미국 대 열린 미국이다.
2017년 취임 이후,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주장은 트럼프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자신을 향한 비난의 화살을 밖으로 돌리려 했다.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고, 동맹국과의 대화와 협상에는 관심이 없었다.

국제사회에서도 철저히 ‘미국 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반대로 조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은 9·11 이후 더 다양한 사람들이 미국 사회에 섞일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미국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차별 대 포용이다.
누가 누구에게, 어느 집단으로부터 차별받는지를 평가하는 시선도 사뭇 다르다. “오바마 집권 8년 동안 흑인들에게 새치기를 당했다”며, 자신을 역차별당한 피해자로 생각하는 백인들의 정서를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무고한 시민을 끔찍하게 살해한 경찰을 향한 정당한 분노로 거리에 나선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세우며 경찰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이유도 결국엔 이런 백인들의 심리를 다시 한번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다. 반면, 조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은 미국 사회에서 누가 차별받느냐는 질문에 정반대 답을 내놓는다. 흑인을 비롯한 소수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고, 성소수자와 여성이 겪는 차별이 백인 남성들이 느끼는 위기감보다 훨씬 더 실질적이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셋째, 불평등 대 평등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미국에는 여전히 의료보험 없는 사람이 3천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는 미국 사회 내 소득, 교육, 의료에서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이러한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부터 이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두고도 트럼프의 미국과 바이든의 미국은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저 미국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며 주식시장만 회복되면 역대 최저 실업률을 자랑하던 올해 초의 미국으로 금방 돌아가 자신도 무난하게 재선될 거라고 믿는 듯하다.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은 미국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불평등과 코로나19 이후 더 깊어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문제를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0년 11월3일. 미국인이 내릴 선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국이 어떤 나라가 될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11월의 미국을 빼고서 세계의 뉴노멀을 예측하긴 어려워 보인다.

글/유혜영 뉴욕대 정치학과 교수

<그늘집>
www.shadedcommunity.com
gunulzip@gmail.com
미국 (213) 387-4800
카카오톡 iminU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