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의 앞날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카의 앞날은, 드리머들의 운명은, 유권자 손에 달렸다.

지난 목요일 아침의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카는 ‘당장은’ 안전해졌다. “양극화로 분열된 나라의 양극화로 분열된 보수성향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다카 폐지 조치를 위법으로 지적하며 드리머들에게 예상 밖의 승리를 안겨준 것이다.

다카(DACA)는 어릴 때 부모 따라 입국해 최소 5년 이상 미국에 거주해온 젊은 서류미비자들이 전과 없이 고교졸업과 군복무 등 일정자격을 갖춘 경우, 추방을 유예하고 노동허가를 발급해 체류와 취업을 허용해준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행정명령이다. 현재 다카의 수혜자는 한인 6,300여명을 포함해 약 70만명이다.

모든 드리머가 다카 수혜자는 아니다. 미성년자 때 입국한 서류미비자들을 구제하려는 드림법안의 대상자인 드리머(DREAMer)는 그보다 훨씬 많다. 16세 이전 입국자는 180만명, 18세 이전 입국자까지 포함하면 360만명에 이른다.

반이민 진영이 ‘불법 사면’이라고 아우성쳐온 다카의 폐지를 지난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 폐지를 선언한 것은 2017년 9월이었다. 즉각 법정 투쟁에 돌입한 드리머들은 하급심에선 승소판결을 얻어냈으나 대법원의 전망은 어두웠다. 승패를 좌우할 스윙 보트가 무슬림 입국 금지령에 합헌 판결문을 작성한 보수파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측근들도 상당히 걱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지난해 센서스에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려던 트럼프의 계획을 5대4 판결로 막은 것 또한 로버츠였기 때문이다.

다카 재판에서 진보에 합류해 5대4의 드리머 승소를 이끌어낸 로버츠는 판결문을 통해 이번 판결이 다카에 대한 지지 여부가 아닌 다카 폐지의 행정절차에 관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행정부가 다카를 폐지시킬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규정 변경을 다루는 연방행정법을 위반하는 ‘임의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조처라고 지적했다.

행정부가 신중하고 정당한 이유를 제시할 경우 폐지를 재시도할 수 있다고 명시한 판결문의 논지는,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에서 30년 연방대법원 담당기자를 역임했던 린다 그린하우스는 타임스 기고를 통해 ‘정당한 이유’가 얼마나 높은 기준인가를 설명했다.

“판결문 24페이지에서 대법원장은 다카 수혜자들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유일한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살고 일하도록 허용하는 이 프로그램 지속에 유리한, ‘신뢰 이익(reliance interests)’에 대해 중요한 논고를 시작했다…그는 다카 지속의 당사자는 드리머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 그들의 훈련에 시간과 돈을 투자한 고용주들, 다카 수혜자들의 납세액을 상실할 주 및 로컬 정부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신뢰 이익은 기존 법적명령의 유효함을 신뢰한 경제적·법적 이익을 뜻하며 실제로 드리머들의 연방 납세액은 연 57억달러, 이들 소유의 주택은 6만동에 달한다. 행정법은 관계부서가 신뢰 이익을 고려하도록 요구한다고 전제한 로버츠는 “국토안보부는 다른 이익과 정책이 신뢰 이익보다 더 중요한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하는데 그 결정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폐지 발표 당시 행정부가 밝힌 이유는 “다카는 위헌”이라는 단 한 구절이었다. “대법원장은 다카가 수혜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행정부가 충분한 관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느꼈다”는 로저 윌리엄스법대의 피터 매걸리스 교수도 “다카 수혜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섞여져있으며 이들에겐 ‘홈’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른 곳이 없다. 로버츠는 행정부에게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근거로 삶을 형성해가고 있으며 그 사실은 당신들이 한 번의 펜 놀림으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판결 배경을 분석했다.

행정부가 통과하기엔 상당히 높은 기준을 설정한 것이지만 재시도의 문은 열어놓았고,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6개월 내 폐지 재추진을 호언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선거 전에 ‘정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폐지 조치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한다. 설사 마련한다 해도 다시 법정소송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재선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카 수혜자들에게 중대한 승리이지만 ‘잠정적 승리’다. 궁극적 해결책은 연방의회에서의 입법화다. 2001년 첫 상정된 이후 드림법안들은 초당적으로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왔으나 번번이 정치 교착상태로 무산되었다. 현재도 지난해 하원을 통과한 ‘미국의 꿈과 약속 법’이 공화당의 철벽 반대로 상원에서 잠자고 있다. 더구나 이번 판결로 다카가 지속되게 되었으니 입법화를 서둘러야할 의회의 동기부여가 약해지기도 했다.

결국 다카의 앞날은 11월 선거결과에 달렸다는 의미다. 재선될 경우 트럼프는 다카를 폐지시킬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벌게 된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조 바이든은 당선된다면 다카를 복원시키고 드리머들의 시민권 취득 길을 제공하는 법안을 의회에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드리머들의 삶을 짓누르는 공포와 불안의 먹구름을 걷어줄 수 있는 이민 유권자들의 한 표 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국일보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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