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이 날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비현실적이다. 아니 초현실이라 해야 할까, 21세기 과학시대의 인류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상황이 지구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 하나가 퍼져나가 온 세상이 정지되고, 나라마다 빗장을 걸어 잠그고, 78억 지구인은 6피트 공간의 폐쇄된 삶에 적응하느라 허둥지둥하고 있다.

지난 한 주 미국은 시시각각 상황이 변하면서 13일 금요일에 결국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초중고대학들의 휴교, 모든 공연과 행사의 취소, 집회와 모임 금지, 식당과 술집의 영업 제한, 그리고 거듭된 주가폭락과 함께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이 올스톱된 상태다. 그런데 이게 이제 시작이고, 대응준비도 잘 돼있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는 믿을 수 없으니 참 걱정이다.

코로나19는 언제쯤 끝이 날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보려고 제러드 다이어몬드의 ‘총, 균, 쇠’에서 균에 관한 부분을 다시 찾아 읽었다. 문화인류학자이며 진화생물학자인 다이어먼드 교수(UCLA)가 퓰리처상을 탄 이 책은 700여 페이지에 달하는데 그 중에서 인간과 병균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28페이지 분량에 집약돼있다. 요즘 수많은 전문가들이 뻔질나게 인용하는 전염병의 역사(중세의 페스트, 16세기 천연두에 의한 남북아메리카 원주민 몰살, 20세기초 스페인 독감 등)의 내용과 수치는 대부분 여기서 나온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인류의 역사를 변화시킨 결정적인 요인은 무력이 아닌 병균이었다. 가장 우월한 무기와 군사력이 아니라 가장 지독한 병균을 적에게 퍼뜨린 군대가 승리한 것이다. 유럽인들이 15세기 이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태평양군도, 아프리카 등의 대륙을 정복하고 식민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쟁도 하기 전에 원주민을 90%이상 몰살시켜준 각종 병균 때문이었다.

그러면 왜 유럽의 병균은 다른 대륙의 것보다 더 지독했을까? 인간이 병원균을 보유하게 된 것은 원래 야생이던 동물을 가축화하고, 이들과 가까이 접촉한 데서 기인한다. 소, 돼지, 양, 닭과 오리 등 현재 우리가 먹고 기르는 모든 가축은 인간이 길들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동물의 세균이 인간에게 옮겨왔고, 그 바이러스들은 새로운 숙주인 사람 몸에서 생존하기 위해 특성을 변화시켜 적응함으로써 유행병을 만들어 내었다.

소에서 나온 유행병이 홍역, 결핵, 천연두이고, 돼지는 인플루엔자와 백일해를 주었다. 또 조류와 토끼가 열대열말라리아와 점액종바이러스를 선사했고, 원숭이를 통해 에이즈와 에볼라가 왔다. 뿐만 아니라 각종 모기와 벼룩, 이는 페스트, 말라리아, 발진티푸스를 옮겨주었다. 유럽인들에게 이렇게 지독한 병균이 많았던 이유는 다른 대륙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동물을 가축화하면서 수없는 감염을 통해 면역성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많은 종류의 세균 중에서도 가장 적극적인 세균이 인플루엔자, 감기, 백일해, 콜레라 바이러스다. 이들은 숙주가 기침, 재채기, 설사를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새로운 숙주를 향해 구름처럼 뻗어나간다. 지금 코로나19가 하고 있는 일이 그것이다.

이런 급성유행병의 특징은 인구 50만명 이상의 조밀한 집단에서 발생하여 신속하게 전파됨으로써 전체인구가 질병에 노출된 후 단기간 내에 죽거나 완치되는 것이다. 회복되는 사람은 면역성을 갖게 돼 평생 같은 병이 재발되지 않지만 세균은 이들 체내에 생존하면서 면역성이 없는 새로운 아기들이 태어나 취약 연령에 도달할 때까지 활동을 멈춘다. 혹은 영리한 인플루엔자들은 세균의 분자구조를 변화시키는 속임수를 써서 새로운 균종을 진화시킴으로써 또 다른 유행병이 도는(매년 다른 독감처럼)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로나19과의 싸움이 언제나 끝이 날까?”하는 질문의 답은 “모든 사람이 병원균에 노출되어 죽을 사람은 죽고, 건강한 사람은 항체를 형성해 면역력을 갖게 될 때”라는 암울한 결론이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세계인구의 60∼70%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와 일맥상통한다. 역학조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퍼져나갈 만큼 퍼진 후 자연적으로 멈출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현재 나라마다 감염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현대의 많은 학자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최대 무기가 세균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빌 게이츠가 “10억 인구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무기는 핵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안 그러길 간절히 바라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것이다. 거의 모든 시민에게 집에 머물라고 당부하는 정부의 초강수 격리 지침이 확산 속도를 늦출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가 완전 소멸되지 않는 한 감염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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