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 막아라” 항공사에 지시?

홍콩서 미국령 사이판행 승객 임신 테스트 요구
WSJ 보도 파문에 항공사 “정부서 요구…사과”

트럼프 행정부 이민당국이 항공사들에게 원정출산 목적의 임산부 승객 색출을 요구해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5일 CNN에 따르면 홍콩의 저가 항공사인 홍콩익스프레스에어는 최근 사이판행 항공기 이륙 전 발생한 20대 여성 승객에 대한 임신 테스트 요구는 원정출산을 막으려는 미국령 사이판 정부의 요구 때문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령인 사이판은 미국과 동일한 이민법이 적용되고 있다.

단지 중국인들이 무비자로도 입국할 수 있는 지역이어서 원정출산을 하려는 중국인 산모들이 적지 않은 곳이며, 한국인 산모들도 사이판을 원정출산지로 활용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20대 여성 승객에게 비행기 탑승 전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테스트를 하라고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나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사과했다.

항공사측은 CNN에 보낸 성명을 통해 “(승객에게)괴로움을 일으켜 죄송하다”며, 미국령 사이판 정부의 요구에 따른 데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항공사측은 지난 2019년 2월부터 미국 이민법 이행을 돕기 위해 홍콩발 사이판행 여객기 탑승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경영진 하에서 우리는 이런 관행이 초래한 중대한 우려를 인정하고 있다. (승객에 대한 조사를) 재검토하는 동안 즉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령인 사이판은 최근 수년간 관광을 명분으로 입국해 출산하는 여성이 늘어나 골치를 앓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른바 ‘원정출산’으로 미국 국적을 얻은 아기를 ‘앵커베이비’라고 부른다.

특히 사이판은 중국인이 비자 없이도 입국할 수 있는 유일한 미국 땅이다. 지난 2018년 중국 여성 관광객 575명이 사이판을 포함한 미국령 북마리아나제도에 입국해 아기를 출산했다. 이는 중국인에 대한 비자면제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09년에 12명이었던데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중국인에 대한 사이판 무비자 체류기간이 45일에서 14일로 줄었다.

이 항공사의 황당한 ‘임신 테스트’ 사연은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의해 처음 보도됐다.

일본 여성 니시다 미도리(25)는 지난해 11월 사이판에 있는 부모 집을 방문하기 위해 홍콩에서 홍콩익스프레스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 탑승전 항공사 직원이 이상한 요구를 했다. 비행기를 타려면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규칙상 임신한 여성처럼 보이는 체형을 가진 여성에게는 임신 여부 확인을 요구할 수 있는 규칙이 있다는게 항공사의 주장이었다. 즉, 니시다의 몸매가 임신부처럼 보인다는 의미인 것.

결국 니시다는 직원에 이끌려 공중화장실에 가야만 했고, 결국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해 자신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 이후에야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그는 “너무 창피하고 당혹스러운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일보 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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