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왔다 불체자 전락… 힘겨운 생활”

NYT, 한인가정 소개 오버스테이 조명
체류기한 넘긴 불체자 492만명, 밀입국보다 많아…트럼프 행정부 국경장벽에 몰두 사각지대 놓여

산업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던 한인 에디 오씨 가족. 그들은 20년 뒤 자신들이 미국에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힘들게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평범한 가장인 에디 오씨는 지난 1998년 IMF 사태를 겪으면서 잘 다니던 직장을 잃어버리고 휴가 차 여행비자로 미국을 방문한 뒤 다시는 한국 땅을 밟지 못하는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해 힘겨운 미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던 오씨는 비자 체류기한을 넘긴 소위 ‘오버스테이’ 불법체류자가 돼 북가주 실리콘밸리 인근 소도시 써니베일에서 페인트공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오씨의 아내 역시 불법체류 신분으로 인해 직장을 구하기 힘들어 한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돕고 있다.

2일 뉴욕타임스 메인 섹션에 전면을 할애해 한인 에디 오씨 가족과 같이 합법적으로 입국해 비자체류 기간이 만료된 오버스테이 불법체류자들의 힘겨운 미국 생활을 조명했다.

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경을 넘는 밀입국 불법체류 이민자 추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불법체류 이민자들의 대다수가 합법비자로 입국한 ‘오버스테이’ 이민자인 것이 현실이라며 이들은 제대로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연구센터(CIS)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에 입국한 350여만명의 불법체류 이민자들 중 약 65%가 합법적인 비자로 입국해 체류기한을 넘긴 ‘오버스테이’ 불법체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체류 이민자 대다수가 사실은 오버스테이 불체자인 셈이다.

연방센서스국의 로버트 워렌은 “밀입국 불체자보다 오버스테이 불체자가 2배나 더 많은데도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장벽 설치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1,070만명에 달하는 불법체류 이민자들 가운데 46%에 해당하는 492만명은 오버스테이 불법체류자로 추정된다.

오버스테이 불체자들 중 약 10%가 멕시코 출신으로 파악되며, 최근 인도출신의 유학생 및 취업비자 소지자들 가운데 체류 기한이 만료돼 불법체류자로 전락한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인 등 아시아계 오버스테이 불체자들도 적지 않지만 한인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이를 수치스럽게 여겨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신문은 한인 등 아시아계 불체자들은 교회나 지인들에게도 자신들의 체류신분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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