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와 이민

2020년 대선 출정식을 앞둔 지난달 17일 오후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 센터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100여명이 ‘MAGA’라고 적힌 모자와 티셔츠, 비옷 등을 입고 한 열로 들어섰다. 새겨진 MAGA는 차기 재집권을 목표로 방아쇠를 당긴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슬로건으로 ‘미국을 다시 한번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라는 내용이다.

이 문구가 새겨진 모자는 현재 100만개가 팔려나가면서 그 판매액이 4,500만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4년 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 미국인 중심의 반 이민정책을 쉬지 않고 추진해 왔다. 그 일환으로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비롯, 서류미비자 색출 및 검거, 추방을 목표로 한 정책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보이고 있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다. 원주민인 아메리칸 인디언과 노예 신분으로 팔려온 흑인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민자 신분이다. 이들 대부분은 가족초청 이민을 통해 미국에 들어와 가족 및 사회공동체를 이루고 가내사업을 하거나 직장 등에 취업, 가정경제를 일구면서 미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백인 저소득층 주민들이 지난 2008년 이후 심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며 우리 미국, 우리 미국인들을 위한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트럼프가 정확하게 간파, 이들의 표를 모아 집권에 성공하면서 반 이민정책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정책으로 인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연방당국 체포자 중 64%가 비시민권자이고 공적부조 수혜를 이유로 한 영주권 거부율이 15배 늘었으며 영주권거부 판정자가 1만3,450명에 달한다는 통계이다.

트럼프는 또 차기 재집권을 향한 행보에서 유색인종의 미국유입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반 이민정책중의 하나로 새로운 이민제도 개혁안을 내놓았다. 미 시민권자들의 가족 초청 위주로 이뤄지는 영주권부여 제도를 제한하고 능력평가 위주로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최근 해외출생 시민권자 자녀의 시민권 취득 자격도 해외근무 공무원과 군인에게만 부여하고 시민권 취득을 위한 원정출산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 영주권, 시민권의 가치는 앞으로 갈수록 금값이 될 것 같다. 미국으로의 이주는 웬만해선 꿈도 꾸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아무리 봐도 민주당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지금, 트럼프 중심으로 뭉친 공화당이 차기 대선에서 또 성공한다면 시민권 프리미엄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오래전 미국에 들어가려면 한국주재 미 대사관에서 비자심사를 받기 위해 애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웬만한 한국인들이 미국행을 하기가 어려워 미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누구나 부러워하곤 했다. 그러나 한국이 IMF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부동산이 활황을 이루면서 잘 살게 되자 한동안 미국에 사는 동포들이 한국에 왔다 하면 대부분 거지 취급하며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죽어라 땀 흘리며 렌트 살면서 흑인들의 속옷이나 빨고 남의 손톱이나 만져주며 산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죽어라 일하면서 꼬박꼬박 세금 내며 성실하게 살아온 미주 한인들이 이제는 어깨 펴며 옛말하면서 살게 됐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갈수록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들이 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항상 법과 질서를 잘 따라야 하겠다. 한국정부도 트럼프 이민정책의 폭주 속에서 기왕이면 미국의 흐름에 발맞춰 눈 밖에 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미 서울 미 대사관에서는 이민관련 부처가 없어지고 괌으로 옮겨간다고 하니 말 그대로 이제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신청자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하는 상황이 되나 보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미국에 들어올 수 있을까. 세상은 정말 돌고 도는가보다.

<한국일보 여주영 뉴욕 고문>

<그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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