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체포작전 본격···공포의 숨바꼭질

LA 등 9개 도시서 개시, 직장 쉬고 학교 안 나가
피신·두문불출 속 덜덜, 전국 곳곳서 항의시위도

“세상의 종말이 온 것 같네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14일 LA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대도시에서 추방 명령이 내려진 불법 이민자에 대한 대대적 단속 작전이 시작되면서 이민자들을 위한 은신처 마련에 분주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전한 분위기다.

이민자들이 추방의 두려움에 떨면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이민 당국의 이번 단속이 ‘정당한 법 집행’이라는 명분 뒤로 공포 분위기 조성을 위한 정치적 목적에 따른 보여주기식 단속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CNN과 NBC·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주도하는 단속 작전은 LA와 샌프란시스코, 뉴욕, 애틀랜타, 볼티모어, 시카고, 덴버, 휴스턴, 마이애미 등 9개 도시에서 지난 13일 밤부터 본격 개시돼 진행 중이다. 열대성 폭풍 ‘배리’의 영향으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는 단속 작전 대상 도시에서 일단 제외됐다.

맷 앨번스 ICE 국장대행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수천 명을 겨냥한 작전이 진행되고 있다. 작전 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면서 “몇몇 관할구역에서 일요일 새벽 시간대에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NBC 방송은 이민 당국이 약 2,000명의 추방 대상자를 상대로 단속을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는 작전이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민 당국이 이번 작전에 며칠 간의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춰 주초에도 주요 도시에서 체포 작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단속으로 이민자 사회에서는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음식을 사재기하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칩거하거나 친척 집으로 피신하는 식이다. 직장과 학교에 가는 것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원래 단속 대상 명단에 없었던 이민자들도 우연히 현장에서 적발될 경우 ‘부수적인’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민 단체들은 ICE 요원들이 문을 두드렸을 때 대응하지 말라는 등의 행동지침을 이민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판사가 서명한 영장이 없을 때는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내용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전파되고 있다.

단속이 이뤄지는 LA 등 각 도시와 이민 단체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시카고와 뉴욕 등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이는 등 미 전역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펼쳐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단속의 배경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중남미 이민자 유입 차단 등 다른 이민 정책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대대적 단속’으로 유권자들의 눈을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현재 추방 명령을 받은 불법 이민자는 100만명에 달하지만, 이번 단속의 표적은 2,000명으로 따지고 보면 0.2%에 불과한 숫자라는 것이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이 벌어진 가운데 지난 13일 시카고 도심에 모인 시위대 수천명이 ‘ICE를 철폐하라’는 피켓 등을 들고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그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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