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밴 사태 ‘인도주의냐, 국경보호냐’

20일 커스턴 닐슨(가운데)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조성된 샌디에고 인근 철조망 장벽을 둘러보고 있다.

연방법원, 트럼프 입국봉쇄 행정명령 무효화
망명대기 32만, 3년이상 수용 갈수록 사태악화

‘캐러밴’으로 불리는 중남미 출신 난민들의 망명(Asylum) 신청을 봉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제동이 걸렸다.

연방 법원이 미국으로 향해온 이민자 행렬이 멕시코 국경에서 난민 망명신청을 할 수 없도록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 중지시키는 임시명령(TRO) 발동 판결을 지난 19일 내려 이들 이민자들에 대한 난민 신청접수가 재개됐다.

■트럼프 행정명령 또 제동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의 존 타이가 판사는 캘리포니아 이민자 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명령 무효소송에서 “망명 신청 거부는 연방 이민국적법(INA)에 위배된다”며 행정명령의 효력을 일시중지하는 TRO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효력은 본안 소송이 시작되는 오는 12월 19일까지 일시적으로 정지됐다.

타이거 판사는 결정문에서 “현행 이민국적법은 입국 장소나 방법에 관계 없이 미국에 도착하는 외국인은 누구나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의회가 제정한 법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 국토안보부 커스틴 닐슨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캐러밴 난민 행렬이 국경 검문소를 돌진하려는 계획이었다”며 국경 위기 상황을 강조했고, 법무부는 망명 절차에 대해 행정부가 추가적인 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며 반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에 배치한 미군병력에 폭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무력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딜레마

연방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국경지역에서 고조됐던 극단적인 인도주의적 위기는 일시적으로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마약, 폭력, 살인, 빈곤에서 탈출하려는 중남미 출신 캐러밴 난민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아니다.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소위 중남미 트라이앵글 3개국 출신들로 구성된 캐러밴 난민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어 미국 정부로서도 이들을 막을 수도, 이들 모두 수용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캐러밴 난민 행렬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10년부터였다. 생존을 위해 탈출하는 중남미인들이 캐러밴을 구성한 것은 안전을 위해서였다. 수천달러를 요구하면서도 폭행을 일삼는 국경 밀입국업자들 소위 ‘코요테’를 피하기 위해 온두라스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미국을 향하는 난민 들을 조직한 것이 캐러밴 행렬의 시작이었다.

올해 들어 행렬 인원이 7,000여명으로 불어나기도 했지만, 상당수가 이탈해 현재 샌디에고 인근 샌이시드로 입국장소 등 국경에 모여든 인원은 약 3,000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은 연방 이민국적법과 1967년 국제난민협약에 따라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이나 외국 장소에서 망명을 원하는 외국인들의 망명 신청을 일단 허용해 이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연방 법원의 결정도 바로 이점을 지적한 것이다.

■망명 심사 대기자만 32만 명

문제는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망명 신청자가 32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안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망명 신청을 하고서 대기 중인 이민자는 31만8,000여명에 달하고 있으며, 매년 7만여 명씩 신청자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망명 신청자들 중 망명 승인을 받는 이민자는 한해 2만3,00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약 6만여 명의 이민자들은 망명이 거부돼 미국을 어쩔 수없이 떠나야 한다.

망명 대기자가 많아지면서 심사가 끝나기까지 이들이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갈수록 길어져 지난 3월 현재 평균 1,000일을 대기한 것으로 나타났고, 캘리포니아와 뉴저지에서는 평균 1,300일을 대기해야 한다. 이들 상당수는 대기하는 동안 수용소 생활을 해 야한다.

국토안보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새로 접수된 망명 신청은 7,969건에 달해 올해 약 9만여명이 망명 신청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망명 대기자가 눈덩이처럼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6회계연도에 망명 승인을 받은 외국인 2만 3,000여명 중 중국인이 22%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캐러밴 난민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엘살바도르(11%), 온두라스(7%), 과테말라(10%) 등 중남미 3개국 출신을 합치면 28%가 돼 중국인 보다 많았다.

<한국일보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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