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도 이민자 혈통 아니십니까”

트럼프 대통령 ‘출생 시민권 폐지’ 발언 일파만파…”‘이민자의 나라’ 미국의 뿌리 부정”

대선 당시 반이민 정책으로 재미, 중간선거 승부수
“미국 정체성과 헌법적 근간 뒤흔들어” 반발 거세
트럼프 조부모 유럽 이민자, 부인 슬로베니아 태생

반(反)이민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행정명령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혀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특히 현행 헌법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트럼프가 그간 내놓은 각종 이민 제한 조치와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그야말로’이민자의 나라’라는 미국의 정체성과 헌법적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공화당 내부서도 비난

트럼프 정권은 극우 백인 표심을 자극한 반이민 구호로 정국을 이끌고 있다. 2015년 당시 트럼프 대선 운동 시작은 “멕시코 이민자들은 마약범과 강간범”이란 말이었고 그의 ‘1호 공약’은 남미 국경 장벽 건설이었다. 이후 불법 이민자 자녀 추방 유예(DACA) 폐기, 외국인 전문직 비자(H1-B) 축소와 이민자 불심검문 확대, 가족 연쇄 이민 제한, 불법 이민자 아동 강제 격리 등을 잇달아 쏟아냈다.

미국 언론들은 “대선에서 재미 본 반이민 정책을 중간선거 목전에 쏟아붓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던진 강력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특히 몇 달 뒤 도착할지 모르는 중남미 난민 행렬 ‘캐러밴’도 이번 발언의 배경이 됐을지도 모른다.

이번 ‘출생 시민권’ 폐기는 사전에 백악관 법률팀 등에서 진지하게 검토된 적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화당조차도 “출생 시민권 폐기는 개헌 사안”(폴 라이언 하원 의장) “접전 지역 여당 후보들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정치적 배임 행위”(라이언 코스텔로 하원 의원)란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실리콘밸리 3/4 1세 이민자

반이민 정서는 원래 미 공화당, 대기업 등 보수 진영에서도 주류(主流)가 아니다. 미국은 이민자와 그 후손이 키워온 나라기 때문이다. 미국엔 1620년 영국의 청교도 박해를 피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102명을 시작으로, 1800년대~1900년대 초 유럽의 대규모 이민이 계속됐으며 1960년대 이후 아시아·남미 출신이 이 행렬을 이었다. 문화적 다원주의, 젊은 출산·노동 인구의 지속적 유입과 우수한 각국 인재 유치는 미국이 최강대국이 되고 혁신을 계속할 수 있는 원천이 됐다.

더욱이 미 최대 기업들이 포진한 실리콘밸리 인력의 4분의 3, 그리고 신생 벤처기업 대표의 3분의 1이 아시아·중동 등에서 유학 온 1세대 이민자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인종·문화 용광로(melting pot)론은 역대 대통령들이 ‘기회의 땅’이자 ‘자유의 성지’라며 내세운 국가 자산이었다”고 보도했다.

▶백인층 분노 돌리기?

또한 트럼프는 “이민자들이 백인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르며 세금만 빼먹는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2016년 미 국세청 통계를 보면 불법 이민자를 포함, 이민자 1인당 세금은 미 시민이 내는 세금과 비슷했고, 범죄율도 이민자가 미 시민보다 낮다. 트럼프가 이민자를 공격하는 것은 부자 감세나 복지 축소의 피해자인 백인 저소득 계층의 분노를 돌릴 곳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여기서 한마디. 트럼프 대통령의 부계 쪽은 할아버지가 독일에서 이민한 독일계이다. 모계 쪽은 어머니가 스코틀랜드 태생인 영국계이다. 다시말해 본인도 유럽 이민자의 자손이고, 그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부모도 슬로베니아 출신 영주권자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

캐나다 등 33개국
출생 시민권 인정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미국 시민권자가 돼 모든 혜택을 누리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출생지에 따라 국적을 부여하는 국적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과연 미국뿐일까. 대답은 틀렸다. 전 세계 33개 국가가 출생 시민권 제도를 인정한다.캐나다도 출생 시민권 제도를 갖고 있고, 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33국 중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피지를 제외하고는 전부 남·북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국가이다.

<코리아타운데일리 최낙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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