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첫 시험대

2018년 중간선거 최대 이슈는 누가 뭐래도 ‘트럼프’다. 민주당은 반 트럼프 저항을 동력 삼아 하원 탈환에 다가가고 있고, 공화당은 트럼프 지지 열기에 기대어 상원 수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푸른 파도’로 기대되는 민주당의 하원 탈환 예측은 이례적인 투표 열기와 기록적인 선거자금 모금을 근거로 한다. 여성과 젊은층, 소수계의 적극 투표의사가 껑충 뛰어 올랐으며, 모금액도 공화당을 훌쩍 앞서고 있다. 둘 다 트럼프 덕분이라고 정치 미디어 악시오스는 단언한다.

상원선거의 지형은 다르다. 전국적 분위기는 민주당이 우세해 보이는데 각 주별 판세는 공화당에 유리하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인준 소용돌이를 계기로 공화당 쪽으로 더 기울었다. 이유는 역시 트럼프다. 민주당이 상원 탈환을 위해 승리해야 하는 상당수 주들이 친 트럼프 보수 지역이다. 특히 상원 주도권을 좌우할 노스다코타에서 테네시까지 농촌 표밭은 트럼프를 사랑한다. 캐버노 인준을 둘러싼 트럼프의 ‘우리 대 그들’ 선동에 적극 공감하는 표밭이다.

지난달에야 끝난 예비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주당 후보들의 특징이 트랜스젠더, 무슬림, 사회주의자 등 여성후보 돌풍을 통한 진보가치의 다양성이었다면, 공화당은 트럼프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연방의회 뿐 아니라 주지사 선거도 다르지 않았다. 대선 주자와 전 미네소타 주지사를 역임하고도 재도전한 주지사 경선에서 무명의 트럼프 맨에게 패배한 팀 폴렌티가 퇴장 인사에서 공화 표밭의 기류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 “지금은 트럼프 시대다…”

본선 막바지로 치닫는 현재 대다수 공화후보들은 ‘트럼프 맨’을 자처하기 바쁘다. 공화 기득권층과 트럼프의 당 주도권 다툼이 트럼프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 승리의 무기는 잇단 악재에도 좀처럼 식지 않는 이른바 ‘트럼프 베이스’의 뜨거운 지지 열기다.

트럼프 표밭의 충성은 8월 퓨센터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자칭 트럼프 유권자의 60%가 2016년 초 공화당 대선 경선 이후 계속 그를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처음엔 트럼프에 회의적이었다가 지지로 변했다는 응답도 23%에 달했다.

반이민 공약이행에 박수치는 추종자라 해도 대통령이 자초하는 온갖 구설수까지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유권자 수백만명은 미디어 보도에선 거의 드러나지 않은 ‘양면 감정’이라는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고 지난 주 타임은 심층 분석 보도를 통해 지적했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으로 연소득이 10%나 줄어들게 되었지만 지지엔 변함이 없다는 미주리의 한 농부가 말했다. “난 아내가 하는 모든 일을 좋아하지 않아도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지요”

농부만이 아니다. 비윤리적 여성편력에도 80%가 트럼프에 투표했던 백인 복음주의자들은 사법부 보수화를 정착시킨 대통령에 찬사를 더하고 있으며, 관세에 반대하는 기업계도 2017년의 감세법에서 트럼프의 장점을 확실하게 찾았고, 예측불허 트럼프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했던 재정전문가들도 좋아진 경제를 인정했으며, 일부 교외지역 공화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허풍 스타일을 참기 힘들어하지만 더욱 혐오하는 것은 “잘난 척하는 진보파의 위선”이다.

민주당을 때리며 워싱턴의 물갈이를 계속하는 한, 표밭의 열기가 식지 않는다는 것을 터득한 트럼프는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듯이 공화당 유권자들로 지지 장벽을 높여 왔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상승세라 해도 전체적으론 아직 41%로 사상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트럼프의 국정지지율이 공화당 내에선 85%에 이른다.

금년 선거는 이렇게 트럼프에 ‘정복된’ 공화당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첫 시험대인 셈이다. 국정의 중간평가를 넘어 자신의 공화당 장악력까지 테스트할 선거임을 알고 있는 트럼프도 그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8월말엔 복음주의 지도자들에게 “이번 선거로 모든 걸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요즘은 지원유세 강행군을 계속하며 민주당에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국경 개방” 노리는 “범죄의 정당”으로 몰아간 것도 성에 안찼던지 지난주 아이오와 유세에선 민주당을 “성난 좌파 폭도”로 매도했으며 사흘 뒤 오하이오 유세에선 공격의 수위를 높일 때마다 함성이 커지는 청중들을 향해 “반드시 투표하라, 나에 대한 신임투표다”라고 역설했다.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들과 실용적 공화당 충성파들의 제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선거가 마지막까지 더욱 양극화로 치달으며 분열을 조장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표밭의 분열은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의 차이만이 아니다. 무엇이 미국의 최대 문제인가에 대해서도 민주·공화 여론은 양분 현상이 역력하다.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퓨센터의 새로운 서베이 결과가 그 단면을 말해준다. 민주당의 70~80%가 급선무로 지적한 인종차별·빈부격차·총기폭력·기후변화를 주요이슈로 생각하는 공화당은 10~20%에 머물렀고, 민주당에선 19%만이 중요하다고 답한 ‘불법이민’이 공화당에선 75%가 꼽은 최우선 과제로 올랐다.

강한 반이민 정서로 보수표밭을 결집시키고 있는 2018년 중간선거가 2020년 트럼프 재선 캠페인의 서막이라는 사실이 새삼 두렵게 다가온다.

글/한국일보 박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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