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 떠났다가 ‘헬미국’ 돌아간다

도피성 한국 이민자들’역이민’늘어…2016년 ‘해외이민 455명 vs 역이민 2478명’
미국서도 생활고·영어 때문에’아메리칸 드림’허상
은퇴 후 영주 귀국 고령 1세들의 증가도 주된 이유

“내가 누군지를 모르겠어요. 미국 사람도 아니고, 한국 사람도 아니고….”

2015년 단기 취업비자로 홀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던 정모(여·35)씨는 최근 한국 귀국을 결심했다. 취업했던 일자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열악했을 뿐더러 물가에 비해 급여도 많지 않았기 때문. 퍽퍽한 한국 생활을 벗어나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지만 그동안 A씨 앞에 놓인 건 생활고와 외로움 뿐이었다. 정씨는 “한국보다 그리 나을 게 없는 미국생활에 정붙일 곳도 마땅치 않아 어중이떠중이가 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의 절망적인 상황을 ‘헬조선’으로 표현하며 미국 등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거나 이민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한국서 늘고 있지만, 정작 미국에 건너온 이들 중에는 취업 사기를 당하거나 차별에 시달리다 고국으로 ‘역이민’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5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모(38)씨는 “한국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겪어봤지만 지금 겪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며 “이민자인 내가 소위 말하는 ‘좋은 직업’을 갖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 미주 이민 관련 커뮤니티에서 30대 중반 미국 이민자라고 밝힌 이는 “평범한 아시안 남성으로서 어딜 가나 진정한 환영은 못 받는다”며 “보이지 않는 차별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쓰기도 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역이민자는 2004년 295명에서 2005년 2800명으로 1년 새 10배 가까이 늘어난 뒤 2015년 2733명, 2016년 2478명 등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교부는 영주 귀국 신고를 하지 않고 재외동포비자 등을 통해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포까지 합치면 실제 역이민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이민자는 한국 외교부 신고 기준 2015년 273명, 2016년 455명 등으로 2005년 8277명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역이민 추세에는 은퇴 후 영주 귀국하는 한인 고령 1세들의 역이민 증가도 이유로 꼽히지만 힘든 경제적 상황도 한인들의 유턴 행렬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이민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막상 와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데다, 모국이 아닌 나라에서 정착하기 녹록지 않아 미국생활 부적응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리아타운데일리 최낙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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