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이탈 급증…사상 최고치, 병역미필 이탈자 비자 제한

지난해 신청 2배 증가, 미 시민권 취득 따른 국적상실도 30% 늘어
만 40세까지… 5월부터, 선천적 복수국적자들 또 ‘선의의 피해’우려

불합리한 한국 국적법으로 단순한 한국 방문에도 병역문제와 관련해 부담을 느끼는 남가주 지역 한인 2세들의 한국 국적포기 행렬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4일 LA 총영사관에 따르면 모호한 국적법과 병역법으로 인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피해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국적이탈 업무 건수는 740건으로 전년 동기 472건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국적이탈 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2013년 206건, 2014년 266건, 2015년 381건, 2016년 472건 등 매년 한인 자녀들의 국적이탈 건수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지난해 역대 최고치인 740건을 기록했다.

국적상실 신고도 지난해 2,352건을 기록하며 전년 1,810건으로 29.9%의 증가세를 보이는 등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 미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한국 국적포기 행렬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한국 국적을 정해진 기한 내 이탈하지 못할 경우 미국 내 공직 진출이나 사관학교 입학 등에 불이익을 당하는 피해사례가 늘어나면서 선천적 복수국적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녀가 18세가 되기 이전부터 서둘러 이탈신고를 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올해 18세가 되는 2000년생들의 국적이탈 신고 마감일이 오는 3월31일로 3개월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해당 되는 한인 부모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LA 총영사관은 지난해 부터 국적이탈 서류 준비로 인해 이탈 신고 마감 시한을 넘긴 한인들을 위한 ‘국적이탈 가접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되는 한인들이 가급적 서류 준비에 서둘러 줄 것을 당부했다.

LA 총영사관 박상욱 법무영사는 “케이스 마다 서류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 있어 18세가 되는해 3월말로 제한된 마감시한을 초과할 경우 일단 준비한 서류를 제출한 뒤 추가로 보완하는 가접수 제도를 지난해 처음 운영했다”며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 서류 및 행정상 처리 기간이 오래 걸려 준비가 덜 된 신고서를 받지 않는 것은 민원처리 법률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단 준비된 서류를 근거로 접수를 받은 뒤 추가로 서류를 요구하는 가접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재외동포 체류자격(F4) 제한을 강화하는 법안이 오는 5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4일 LA 총영사관은 지난해 9월 통과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올해부터 발효됨에 따라 오는 5월부터 병역 이행 없이 국적이탈 및 상실 신고를 한 재외 한인에 대해서는 만 40세까지 재외동포(F4)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국적 변경을 악용해 병역을 회피하는 사람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법 조항이 병역의무 회피 의도가 전혀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 신분의 미국 태생 한인 2세들까지도 그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은 병역 회피자에 대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제한을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해외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 대해 38세까지 제한하도록 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여기에서 제한 연령을 만 40세까지 높이고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라는 조항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이에 따라 부모 한 쪽이 한국 국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 태생 한인 2세의 경우 ‘선천적 복수국적’인 상태에서 만 18세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국적이탈’을 할 경우 이번 개정안의 제한 대상에 걸리게 돼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만 40세가 될 때까지 받을 수 없게 된다.

재외동포 체류자격인 F4 비자를 받으면 외국인 신분이 아닌 한국 국적자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 자유롭게 취업 등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데, 미국 태생 한인 2세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이유로 여기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LA 총영사관은 그러나 개정안 적용 이후에도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교수(E1) 비자나 일반 연수(D4) 비자, 회화지도(E2) 비자, 예술공연(E6) 비자 등 한국 내 취업을 다른 비자 발급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개정안 시행 이전 이미 국적 이탈이 완료됐거나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국적이 상실된 경우 현행과 동일하게 재외동포비자 발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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