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심사 강화에 강제출국 속출… 항공사들 ‘혼란’

이민 당국, 입국 거부된 승객 귀국편 좌석 우선 배정 요구
만석 땐 기존 예약자 타 항공편으로 밀려나… 웃돈 주기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 심사가 대폭 까다로워지면서 공항 입국심사 과정에서 입국이 거부돼 강제출국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강제출국되는 승객들의 경우 다음 항공기편에 우선 탑승시켜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상당수의 항공사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항공사들도 한국인은 물론 중국인과 동남아 지역 국가 출신 탑승객들이 많아지면서 LAX 국제공항을 비롯한 미국내 공항들에게 입국심사를 받다가 강제출국 처분을 당하는 승객들이 속출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민 당국이 항공사들에게 입국이 거부된 승객들의 귀국편 좌석을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LAX 항공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체류 자격이나 입국에 문제가 있는 승객이 나오면 일단 호텔에서 무료로 숙박을 제공한 뒤 다음날 항공편 스케줄을 확인해서 되돌려 보내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해당 공항의 이민 당국이 강제출국자들을 항공편에 우선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항공편의 좌석이 비어 있는 경우는 강제출국자 좌석 배정이 쉽게 이뤄질 수 있지만, 해당 항공편이 만석인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이미 예약이 돼 있는 기존 승객을 밀어내고 강제출국자들을 우선 탑승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항공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항공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경우 기존 승객들 가운데 동의를 구한 다음 다른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비용을 제공하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이렇게 스케줄을 변경하는데 동의하는 승객이 안 나올 경우 몇 백 달러 정도의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하고 가장 시간이 가까운 다른 항공편을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항공사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더욱 많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달에는 애틀랜타 공항에서 무비자로 입국하려던 한국 단체 여행객들 80여 명이 입국심사에 걸려 무더기로 강제출국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는 테러 대비 강화를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모든 승객을 대상으로 발권 카운터에서 미국체류 목적이나 주소, 체류 예정 기간 등에 대한 ‘여객 심사’(인터뷰)를 거치도록 하고 있고,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는 기내 수화물에 대한 검사를 별도로 받는 등 사전 심사과정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또 연방 국토안보부는 한국을 포함한 비자면제 프로그램 적용 국가들을 대상으로 입국 절차상 보안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지난 15일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일보 심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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